#지난해 말 아셈타워.
KT 직원들은 아셈타워에 며칠씩 상주하며 통화불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주했다.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 인근에서만 한 달 사이 세 번씩이나 통화불통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말 1주일 동안 서울 강남역, 남부터미널, 분당 서현역 등 주요 지역에서 KT의 통화불통 사태가 발생했다. 짧게는 몇 십분, 최장 4~5시간까지 통화가 되지 않는 사건이 발생했다. 연말 들어 통화량 폭주 등으로 인한 통신 두절 사태가 빈발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 같은 사례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셈타워는 지난해 11월에 이어 12월 8일에도 사고가 발생하자 직접 원인을 찾기 위해 나섰던 경우다. 단순히 장비교체 등의 이유로 발생한 문제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강남역도 통화불통 사태 빈발 지역이다. 10월 1일에는 KT 대리점에서 이용자들의 불편에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확성기 방송을 했을 정도다. 9월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KT 측에서는 장비교체나 시스템 오류 등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통화량 폭주에 의한 통화 단절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KT는 4개의 전용주파수(FA:Frequency Assignment)를 운용하고 있다. KT의 FA는 음성과 데이터를 분리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데이터 트래픽이 폭주하면 음성통화까지 영향을 받는 이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남부터미널역 같은 경우에 기지국을 추가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기지국을 늘려도 주파수 간섭이나 셀(기지국 주파수 범위) 분할의 최적화 미흡 등으로 인해 완벽한 해결책은 될 수 없다. 통화 불편을 겪은 고객들에게는 무료 통화나 통화료 감면 등의 보상을 하고 있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
지난해 10월 트래픽이 KT를 추월한 SK텔레콤 역시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보급이 시작된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로 할당받은 주파수를 활용해 2FA를 추가하면서 음성과 데이터를 분리, 각각 3FA를 할당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KT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같은 사태는 스마트폰 확산으로 인한 트래픽 증가로 일부 예상됐던 문제다. 이를 위해 통신사들은 롱텀에벌루션(LTE) 투자를 서두르고 와이브로, 와이파이를 통한 트래픽 분산 전략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SK텔레콤을 시작으로 9월 KT, 10월 LG유플러스가 일정 요금제 이상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무제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동통신 트래픽 증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이전 10개월간 늘어난 트래픽보다 무제한 서비스 도입이후 3개월간 늘어난 트래픽이 많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1월보다 트래픽 증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올해 스마트패드류 보급과 동영상 콘텐츠 비중이 늘면 이 같은 사태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통신업계 한 임원은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 이외에도 테더링, 1인 다기기(OPMD) 등을 트래픽 증가를 유발하는 다양한 요인들이 발생할 것”며 “근본 대책 없이 땜질식 대응이 계속된다면 초대형 사고 발생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