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그레이트 리셋

그레이트 리셋
그레이트 리셋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의 변화는 주변 환경을 비움에서 채움으로, 채움에서 비움으로 전환한다. 겨울이 있어야 봄이 오고 새싹을 틔우는 봄이 있어야 열매를 맺는 가을이 온다. ‘그레이트 리셋(Great Reset)’이라는 제목을 단 이 책은 경제의 순환을 저자 특유의 위트와 솔직한 화법으로 전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 로트만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리처드 플로리다는 경제 위기가 경제 사이클의 일부고 위기를 통해 새로운 ‘판’이 짜인다고 주장한다. 플로리다 교수는 대규모 경제 위기가 도래할 때마다 경제가 대변신을 했다면서 이를 그레이트 리셋이라고 이름 붙인다. 장기 불황에 시달렸던 1870년대에는 농업경제에서 산업경제로 전환됐으며, 세계 대공황기인 1930년대엔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새 토양이 마련됐다고 그는 설명한다.

 플로리다 교수는 “위기를 통해 경제와 사회 질서가 근본적이고 대대적으로 변화했다”면서 “과거의 대위기 시대를 돌아보고, 어떤 변화를 통해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는지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 가지 예로 저자는 21세기에 접어든 지 얼마 되지 않아 발생한 금융 위기를 이전에 경험한 그레이트 리셋의 유효기간이 끝나 발생한 일로 분석한다. 과거의 그레이트 리셋이 물리적 힘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다는 것. 그는 지금까지 경제 성장을 주도해 온 교외 신도시화 모델로는 창의적 경제가 품고 있는 혁신과 생산 능력을 수용하는 데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아이디어 중심 창조경제로 변화하도록 새 판이 짜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플로리다 교수는 이 같은 주장을 역사와 경제를 기반으로 한 객관적인 연구결과를 덧붙여 설명한다. 미국 자본주의 사이클을 따라 어떻게 농업사회, 도시사회, 교외중심사회 등으로 발전해 왔는지 설명한다.

 저자가 말하는 상황은 모두 미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미국 경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우리 경제와도 연관시켜 생각해 볼 수 있어 흥미롭다.

 리처드 플로리다 지음. 김민주·송희령 옮김. 비즈니스맵 펴냄. 1만3000원.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