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 골프세상] 용서하는 골프

 보기 플레이어들은 한 라운드에서 36번의 퍼팅을 제외하면 총 54개의 샷을 하게 된다. 54개의 샷 중에서 14개가 드라이브 샷이고 아이언 샷이 16개 정도, 그린을 놓친 홀에서 웨지로 어프로치를 하는 샷이 약 14개다.

 보통 주말 골퍼들은 90번의 샷, 그 중에서 퍼팅을 제외한 54번의 샷 중에 마음에 드는 샷이 단 하나도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모든 샷은 때리고 나면 아쉬움이 남는다. 드라이버로 때린 볼이 우측으로 OB가 나면 머리를 쥐어뜯고 싶다. 힘을 조금만 덜 줬어도 페어웨이 한 가운데 떨어뜨리는 티샷을 칠 수 있었을 텐데 하면서 후회를 한다. 멋진 샷을 쳐낸 동반 플레이어가 미워지기까지 한다.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는 방법은 연습뿐이지만 주말 골퍼는 연습할 시간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제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방법이 없는 것일까. 연습 없이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렇게 골프를 못 치는 나를 스스로 용서하는 것이다.

 “연습도 못하는 내가 이 정도 치는 것만 해도 대단하다”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용서해야 다음 샷을 제대로 칠 수 있다. 자식 교육도 마찬가지다. 학비 내주고, 그 비싼 과외도 시키는데 이렇게 공부를 못하는 내 자식을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 머리가 나쁘거나, 공부 말고도 더 재미있는 일이 있거나 어떤 이유든 간에 공부에 전념하지 못하는 자식을 용서해야 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지리도 일을 못하는 김 대리를 미워하고, 욕할 것 없다. 마음속으로 김 대리를 용서하고 그 사람 적성과 능력에 맞는 다른 일을 시키든지 아니면 회사를 나가는 편이 좋겠다고 솔직히 얘기하는 것이 옳다. 높은 직급에 있는 내가 저지른 실수도 너무 괴로워할 필요 없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생각하고 스스로를 용서하면서 실수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는 편이 옳다.

 골프도 똑같다. 스스로를 용서하면서 다음 샷을 대하는 것만이 연속되는 뼈아픈 실수를 막을 수 있다. 용서하는 골퍼, 용서하는 아버지, 용서하는 상사가 되자. 말은 쉽지만 실행은 그리 쉽지 않다. 골프 코스에서 용서를 시작해보자. 용서하는 훈련을 자꾸 하다 보면 인생에서도 다른 이들을 용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