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및 정유에너지 부문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추천종목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석유화학은 산업의 기초 소재인 만큼 경기 가늠의 잣대로 간주된다. 따라서 세계 경제가 이중침체(더블딥)에 빠지지 않는 이상 석유화학 산업은 낙관해도 무방하다.
최근의 고유가 경향은 수요가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유가가 오르면서 국내 정유사들 역시 수익 상승이 점쳐지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도 정보전자와 필름, 자동차 소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높이면서 수익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산업 현황을 반영하듯 IT 예산 역시 일제히 확대됐다. 화학에너지 기업은 IT예산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증가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호남석유화학, SKC, 현대오일뱅크, 한국전력공사 등은 IT예산이 20% 이상 증가했다.
화학에너지업계 IT 예산이 증가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경제 위기 이후 경비 절감을 최우선 목표로 삼으면서 2010년 초반까지 IT 예산이 바짝 줄였다가 올해 2008년 이전 수준으로 IT 예산을 회복시킨 것이 첫 번째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과 통합커뮤니케이션, 가상화 등 IT가 가장 급격히 발전한 때기도 하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지난 2년간 위축됐던 IT 투자가 회복되면서 노후한 시스템 교체와 하드웨어 증설, 데이터센터 이전 혹은 통합 등을 고려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데이터센터 통합과 이전을 최우선 IT 과제로 정했다. 노후 시스템을 교체하고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이전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 현대중공업 그룹으로 편입되면서 현대비에스앤씨에 IT 아웃소싱을 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아직 확정된 바 없다.
한국전력은 IT 자원을 통합 운영하기 위해 대전·나주 통합IT센터 구축사업을 본격화한다. 기존 한전 전산센터 13곳, 자회사 전산센터 11곳의 총 24개 전산센터와, 전국 약 250개 소규모 지역사업소에 분산된 시스템까지 한곳으로 통합하는 프로젝트다. 컨설팅 결과가 나오는 5월께 본격 착수하게 된다.
에너지 환경 변화와 자원 쟁탈전이 심화되는 현재, 신수종사업은 석유화학기업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다. 화학업계는 해외 시장과 신규 사업에서 성장 동력을 찾고 있으며, 정유에너지 산업 역시 중질유에서 고부가가치 경질유를 추출하는 등 수익 개선을 위해 시설을 고도화하고 있다.
설비장치산업인 화학에너지 부문에서 신규 사업은 곧 생산시설 신·증축과 확대, 이를 관리하기 위한 생산관리시스템(MES)의 신규 도입 및 확장, 전사자원관리(ERP) 업그레이드 수요로 이어진다. 올해 ERP 업그레이드나 글로벌싱글인스턴스(GSI) ERP 구현에 착수하는 화학에너지 기업은 SKC, 현대오일뱅크, 호남석유화학, SK이노베이션(옛 SK에너지) 등이다.
LG화학은 수년간 투자해 온 차량용 배터리 사업이 지난해 크게 활기를 띠면서 올해 MES와 공장자동화에 투자를 단행한다. SKC도 MES 신규 구축을 2011년 주력 사업으로 삼았으며 이와 함께 미국 조지아공장의 ERP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조지아공장이 운용 중인 오라클 ERP를 SKC 본사의 SAP ERP로 전환하고, GSI ERP로 통합하는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형 그룹사가 포진한 석유화학 업계의 특성상 인수합병과 조직 재편이 활발해 이에 따른 IT전략 변화도 예상된다. 지난해 하반기 대형 화학업체들을 중심으로 그룹 내 계열사 흡수합병이 활발했다. 동종 계열사의 합병으로 시너지를 높이고 일관된 생산체제를 갖춰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폴리카보네이트를 생산하는 자회사 LG폴리카보네이트를, SK케미칼은 폴리에스터 개질제를 만드는 SK NJC를 흡수합병했다. 호남석유화학은 같은 롯데그룹 계열 화학회사인 KP케미칼의 흡수합병을 추진 중이다.
이와 반대로 SK에너지는 지난 3일부터 SK이노베이션으로 사명을 바꾸고 화학부문과 석유부문을 각각 SK종합화학, SK에너지로 분사시켰다. 기존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를 포함해 3개 자회사와 1개 지주사로 구성된다. 전문성과 지배구조를 동시에 강화하기 위해서다. SK이노베이션이 IT부문에서도 지주사 역할을 한다. SK이노베이션에서 IT셰어드서비스센터를 총괄 운영하며, 이 센터가 4개사의 IT 기획과 추진을 맡는다.
한전의 IT 조직도 올해 새롭게 단장했다. 2011년 인사와 조직개편으로 기존 전력IT추진처와 전력IT운영처가 ICT기획단과 ICT운영센터로 바뀌었다. 박진 ICT기획단장(상무)이 한전의 첫 공식 최고정보책임자(CIO)로서 그룹 차원의 IT부문 통합과 비즈니스 지원체계를 지휘한다. ICT운영센터(유동희 센터장)는 올해 첫 삽을 뜰 한전 통합IT센터 운영을 관할한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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