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펀더멘털(기초체력) 회복을 해석하는 외국인 입맛에 따라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확연한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주식시장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외국인은 주간 기준 사상 최장 기간인 19주 연속 `바이 코리아`에 나서고 있다.
반면 채권시장에선 외국인 이탈 현상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외국인은 1998년 채권시장 개방 이후 월간 최대 규모인 5조301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한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금리 인상 리스크에 무게를 두고 있는 외국인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새해 첫주(3~7일)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1조267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해 9월 첫째주부터 19주 연속 순매수에 나선 것있다.
이는 투자 주체별 매매동향을 집계한 98년 이래 주간 기준 최장 기간 외국인 주식 순매수다. 외국인은 2003년 6~9월 16주 연속, 2009년 3~6월 14주 연속 주식을 순매수했다. 요인은 △양호한 경제성장률 △기업 실적 △풍부한 유동성 환경 등이 꼽힌다.
국적별로는 중국계 자금의 공격적인 주식 매수가 눈에 띈다. 지난해 12월 중국계 자금은 유가증권ㆍ코스닥시장에서 주식을 총 5085억원어치 사들여 미국계(1조6638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순매수액을 기록했다.
최근 중국계 자금 매수 강도는 확실히 주목할 만한 데가 있다. 지난해 11~12월 두 달간 중국계 자금이 사들인 한국 주식은 8248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중국계 자금 순매수액(9799억원) 중 84%가 집중됐다.
금감원이 집계하는 외국인 주식 순매수액에는 공모주 청약, 지분 투자 등을 뺀 장내에서 거래되는 유통 물량만 포함된다. 순수하게 증시에서 사들인 물량이 급증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증시 전망을 낙관하는 중국인 투자자가 크게 늘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비해 외국인은 지난해 12월 국내 채권시장에선 5조3017억원을 빼내갔다. 98년 채권시장 개방 이래 월간 최대 규모로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2008년 10월(5조1665억원)보다 많았다. 홍콩이 2조3938억원 순유출로 가장 많은 금액을 빼갔고, 그 뒤를 이어 영국(1조2848억원) 싱가포르(1조2576억원) 등이 통안채시장을 중심으로 대규모 순유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외국인 채권 이자소득에 대한 과세법안이 통과되면서 외국인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중국 금리 인상 단행으로 한국도 금리 인상 압박이 커졌다는 점이 채권 매도 원인으로 손꼽힌다.
다만 최근 채권 자금 이탈은 단기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외국인이 국내 채권에 투자하는 규모 자체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투자 규모가 늘었기 때문에 연말마다 발생하는 외국 자금 포지션 정리가 그만큼 커졌다는 말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통상 11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연말 장부를 정리하는 소위 `북클로징(포지션 정리)`에 들어간다.
지난해 80조원에 육박할 만큼 급증했던 외국 채권 투자자금이 순매수 포지션을 풀면서 단기 유출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매일경제 김정환 기자/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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