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경영은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게 아니라 성과를 내기 위해 보상하는 것입니다.”
강관희 인프라웨어 사장(58)의 경영 철칙은 ‘선(先) 보상, 후(後) 실적’이다.
성과경영은 일반적으로 기업경영 성과를 사용자와 노동자가 공정하게 분배하는 것을 의미한다. 강 사장은 그러나 성과가 날 것을 미리 기대하고 먼저 임금을 올려주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성과경영이라는 독특한 철학을 갖고 있다.
말은 쉽고 실천은 어렵다. 삼성전자쯤 되는 대기업이라면 모를까. 인프라웨어같은 모바일 SW 기업에는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인프라웨어의 대졸 초임 연봉은 3000만원을 넘는다. 국내 100대 대기업 연봉 수준에 어깨를 견줄만 하다. SW 기업 중에서는 단연 최고다. 이 같은 임금체계를 유지한 지 벌써 5년이 다 돼간다.
강 사장은 지난 1976년 LG전자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15년 동안 대기업에서 일했다. 기술자문역, 겸임교수 등을 거치며 2003년에 인프라웨어를 맡았다.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이듬해 연봉을 70%가량 올린 것이다.
그는 “처음 CEO를 맡았을 때 회사 규모도 작았고, 지속적으로 영위하는 사업이 없어 용역개발로 회사가 꾸려지던 처참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직원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핵심 인력 몇 명으로는 지속가능한 기업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인재 영입에 심혈을 기울였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돈’ 이라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회사가 임금을 높여줄 여력이 없음에도 인상을 단행한 것은 무모한 도전이었을까.
일단 성공했다. 2003년 당시 매출액은 30억원에 불과했지만,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300억원으로 10배 이상 성장했다.
그는 “분명하게 동기부여가 됐을 때, 직원들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때문에 매출이 적을 때도 그는 신입공채를 선호했다. 직접 대학으로 찾아가서 신입사원을 모집하는 ‘캠퍼스 리쿠르팅’을 5년째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SW 업계는 경력직을 선호한다. 프로그램을 설계할 핵심 인력 몇 명을 영입하는 것이 SW코딩만 할 줄 아는 신입사원을 가르쳐서 써 먹는 것보다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그는 “초기에 경력자를 뽑아 써보니 1년 만에 70%가 나갔다. 특히 중간관리자급의 경우 조직 내 쉽게 융화가 안 됐다. 중소기업의 경우 몇 명에 의해 회사가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을 뽑을 여력이 없더라도 길게 보자는 생각에 신입공채를 시작했고 직원들은 단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직원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인프라웨어는 최근 직원 사기진작을 위해 휴게실을 새로 단장했다. 외부교육을 받겠다고 신청한 이들에게는 비록 회사업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더라도 비용을 지원한다. 서적 구매 비용은 100% 회사가 부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직하는 직원도 있다. 특히 지난해 대기업이 모바일 SW 인력을 대거 영입하던 과정에서 일 잘하기로 업계에 소문이 퍼진 이 회사의 중견사원들이 꽤 자리를 옮겼다. 이쯤 되면 ‘선 보상, 후 실적’이라는 신념을 포기할 법 하다.
그는 “우리 회사에서 다른 중소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는 아예 없다. 직원들이 나가면 당장 회사에 직접적인 타격이 된 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지만, 보다 좋은 대우를 받는 곳을 가겠다는 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길게 보면 대기업에 우리의 우군이 생기는 것이다. 비록 우리 회사 직원은 아니지만, 함께 협력할 여지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꼭 나쁘다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4년의 연매출 목표를 1000억원으로 잡았고, 2020년에는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보안SW 기업인 쉬프트웍스를 인수합병(M&A)한 것처럼 M&A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언제까지 인프라웨어 CEO를 할지는 모르지만, 직원들과 함께 비전을 고민하고 이를 실천한 CEO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