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문화콘텐츠 산업 `사활` 기로에 섰다

지난해 열린 E펀 행사 모습.
지난해 열린 E펀 행사 모습.

 문화콘텐츠산업이 다시 부활하느냐, 아니면 여기에서 주저앉고 마느냐. 대구가 올해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문화콘텐츠산업을 육성할 예산은 줄었고, 관련 예비타당성조사대상사업은 보류됐다. 대표적인 문화콘텐츠관련 행사는 통합됐으며, 대규모 행사 유치도 난관에 부딪혔다.

 문화콘텐츠업계는 올 한해 대구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그나마 쌓아온 문화콘텐츠 도시로서의 명성을 타 지역에 넘겨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산은 줄고, 예타사업은 보류=우선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문화산업클러스터 기업직접화사업이 지난해 만료돼 매년 60억원 가까운 사업비가 올해부터 지원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대구의 문화콘텐츠산업을 전담 지원해온 대구디지털산업지흥원(DIP)의 CT분야 사업비도 100억원에서 50억원 수준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이 가운데 올해 DIP의 CT분야 국비 사업은 체감형 가상스포츠콘텐츠개발과 지역문화산업연구센터(CRC)사업 등을 포함해 19여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초부터 1년 동안 준비해온 CT분야의 차세대 미디어기반 융합콘텐츠개발사업도 최근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대상사업으로 신청했지만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보류된 상태다.

 ◇E펀의 부활과 지스타 유치 관건=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이어져온 대구E펀은 올해 5월 열리는 케이블 TV쇼와 통합돼 열릴 예정이어서 사실상 E펀이 가져온 고유 성격은 사라질 전망이다.

 행사명칭은 ‘케이블 TV쇼 & E펀’으로 정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업비가 케이블 TV쇼는 30억원에 이르는 반면 E펀은 10분의 1인 3억원에 불과해 기존 10년간 이어온 E펀의 연속성과 정통성은 이어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는 이번 행사에서 E펀의 경우 게임콘텐츠보다는 융합콘텐츠분야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게다가 지난해 부산에서 열렸던 게임콘텐츠관련 국내 최대 전시회인 지스타도 최근 대구시가 적극적인 유치의사를 표명하고 있지만 사업비(10억원) 확보가 걸림돌이다. 추경예산에서 사업비가 확보되더라도 지스타 개최지 결정의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게임산업협회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데, 현재 협회 회원사들이 지난해 지스타를 성공적으로 치렀던 부산쪽에 마음이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부산에서는 올해 지스타를 다시 유치하기 위해 12억원 이상의 사업비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지스타 개최지는 이달 말쯤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대구만의 문화콘텐츠 강점 찾아야=지금까지 주로 인프라구축에 활용된 대구문화산업클러스터사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문화콘텐츠산업을 이젠 소프트웨어적으로 지원할 대구시의 2단계 지원사업이 하루빨리 만들어져야한다는 지적이다.

 또 케이블TV쇼와 통합돼 열리는 E펀이 향후 TV쇼를 다른 지역에 뺏기더라도 지역의 특화된 전시회로 살아 남을 수 있도록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전문가들은 “문화콘텐츠산업 육성기관인 DIP도 소규모 정부과제나 지자체 예산지원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문화콘텐츠관련 정부의 대규모 예타사업을 따올 수 있는 보다 명쾌한 기획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