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관리` 벗고 공격적 M&A 하겠다

주가와 실적은 불가분의 관계다. 주가는 기본적으로 실적에 따라 등락을 거듭한다. 사업구조가 복잡한 기업이든 단순한 기업이든 실적은 그 회사의 모든 사업을 반영한다. 따라서 실적을 총괄관리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만큼 회사를 잘 이해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매일경제신문은 상장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독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기업 CFO 인터뷰 시리즈를 마련한다.

"관리의 삼성에서 기획의 삼성으로."

삼성전자 재무 총사령탑(CFO)인 윤주화 사장이 최근 매일경제신문 기자와 단독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의 체질 변화`를 강조해 관심을 끌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새롭게 부활한 CFO 역할도 단순 `관리`가 아니라 `전략`을 포함한 능동적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올해는 스마트폰 등 새 사업부문에서 좋은 실적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윤 사장은 2009년 12월 CFO 격인 경영지원실장 자리에 올랐다. 삼성전자 CFO 자리는 2009년 1월 이후 1년간 공석이었으나, 윤 사장이 경영지원실장을 맡게 되면서 전격 부활했다.

그는 언론에 나서지 않고, 입도 무거워 `재봉틀`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이런 윤 사장이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사장은 CFO 역할론과 관련해 "CFO 역할은 과거와 다른 차원의 패러다임으로 진화할 것"이라며 "과거엔 회계와 관리 등 그야말로 순수 재무적인 업무를 총괄하는 것이 CFO의 주요 임무였지만 이젠 회사 전체의 전략적인 것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위상이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CFO 임무엔 회사의 나아갈 방향 모색, 기업 인수ㆍ합병(M&A) 등 신성장 전략 수립 등이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새 도약의 기로에 선 만큼 재무 개념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CFO가 단순히 주판알만 튀기는 `관리` 개념의 재무에서 벗어나 `전략ㆍ기획`으로 본질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의 트레이드마크는 `관리`였다. 관리는 그야말로 현 사업에 충실하면서 사람(인사)과 사업 리스크 관리에 주력한다는 의미가 강했다. 삼성그룹은 특히 과거 자동차 사업 실패 이후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기보다 `관리`에 무게를 둬왔다.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 등 재무통이 그룹과 계열사의 핵심 축을 이룬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기획 마인드`는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개념으로 읽힌다. 윤 사장의 언급은 삼성의 주류였던 재무라인이 `관리`에서 `전략ㆍ기획`으로의 체질 변화를 통해 뉴삼성 시대를 이끌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실제 실적을 발표하기 전 잠정실적을 공시하고 있다. 반면 미국 인텔은 실적에 대해 철저한 보안을 유지한 뒤 깜짝실적을 발표하곤 한다. 이로 인해 주가가 급등하고 종종 IT주 전체 랠리로 이어지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윤 사장은 이에 대해 "우린 깜짝실적으로 시장에 반향을 일으키고 주가가 급등하는 효과를 바라지 않는다"며 "삼성전자는 깜짝실적이 아니라 진정한 회사 가치로 인정받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삼성전자가 시가총액 1위 회사다 보니 실적 시즌이 다가오면 시중에 많은 소문이 떠돌아 투자자들과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든다"며 "혼란을 방지하고 투자자에게 방향성을 제시해주기 위해 어느 정도 실적 집계가 완료되는 대로 잠정실적을 발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삼성전자 주가는 100만원대 돌파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된 상태다.

이에 대해 윤 사장은 "CFO 입장에서 회사 주가가 저평가됐는지 100만원 돌파가 가능한지에 대해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올해는 스마트폰 등 신종 모바일 부문에서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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