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신뢰와 노하우로 동반 성장 토대 마련
<케이스 사례> CJ오쇼핑과 동경모드
동경모드가 있는 서울시 성북구 장위동 주택가. 한적한 주택가에 그리 크지 않은 규모로 간판도 없이 서 있는 건물에서 홈쇼핑 역사를 새로 쓴 란제리인 ‘피델리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1978년 동경섬유로 출발, 1995년 동경모드로 법인 전환 뒤 오늘까지 동경모드는 무려 30여년 동안 여성용 언더웨어 제조 판매 회사로 입지를 다져왔다.
2007년 매출 100억원 돌파 이후 지난 2010년 매출 규모가 크게 신장했다. 41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동경모드 매출액 100%가 CJ오쇼핑 판매분이다. 그만큼 CJ오쇼핑과 동경모드는 밀접한 관계의 파트너인 셈이다.
동경모드와 CJ오쇼핑 인연은 1998년 ‘39쇼핑’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2001년 6월 국내 최초 홈쇼핑 PB 언더웨어 상품인 피델리아를 론칭, 첫 방송 2시간 만에 6억원 매출이라는 신화를 창조했다.
2010년 11월 기준 피델리아 주문 수량은 300만세트, 주문금액은 3000억원을 돌파했다. 최초 론칭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식지 않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것. 피델리아뿐만 아니라 보정 언더웨이인 ‘아키 by 아시다 미와’의 활약도 만만치 않다. 피델리아와 아키는 평균 월 20회 방송에 언제나 평균 목표보다 130% 이상을 달성해내며 선전하고 있다.
CJ오쇼핑과 동경모드의 돈독한 파트너십 아래 탄생해 10년째 히트 상품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스테디셀러 피델리아지만, 첫선을 보이게 되기까지 어려운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선 ‘홈쇼핑 PB’라는 것 자체가 주는 부담감이 존재했다. 홈쇼핑은 오프라인과 달리 방송 시마다 좋은 실적을 내야 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판매 없이 홈쇼핑, 그것도 CJ오쇼핑 단일 채널로만 판매하는 것은 어찌 보면 모험이다. 재고 처리 역시 부담으로 작용했다. 단독 브랜드기 때문에 재고가 쌓이더라도 다른 곳에서 판매하기는 여의치 않았던 것이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는 두 회사의 ‘철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이 열쇠가 됐다. CJ오쇼핑은 기존에 많이 행해지던 ‘OEM(주문자 상표부착생산) 방식’이 아닌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방식’으로 오더를 맡겼다. 이로써 동경모드는 디자인과 제작, CJ오쇼핑은 유통이라는 각각의 전문 분야에서 더 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임욱호 동경모드 이사는 “이러한 방식의 운영은 유통에서 맺을 수 있는 최대의 신뢰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담당 MD들이 책임감을 갖고 중간에서 늘 신경 쓰고 관리해주면서 두터운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동경모드 역시 신뢰할 수 있는 품질 유지와 한 번의 어김없는 납기 내 생산으로 이 같은 신뢰 관계를 두텁게 했다. 재고 처리의 어려움을 겪는 중에서도 CJ오쇼핑 외의 다른 곳에서는 판매하지 않았으며, 계속되는 대박 행진 속 경쟁 홈쇼핑사로부터의 로비도 있었지만 CJ오쇼핑과의 협력 관계를 위해 모두 거절했다.
위기의 상황에서 신뢰 관계는 더욱 빛을 발했다. 출시 직후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피델리아지만, 수년이 지나자 브랜드의 신선도와 참신성이 떨어지면서, 매출에도 감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양사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CJ오쇼핑의 마케팅 노하우를 활용, 다양한 고객 조사를 거쳐 소비자의 변화된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내는 한편, 동경모드는 이에 맞춘 전략적 상품 기획에 들어갔다. 유통 방식도 위탁 판매에서 직매입으로 바꿔, 재고 관리 부담 없이 생산에만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2006년 10월, 기존에 디자인을 맡았던 이신우 디자이너의 딸인 박윤정 디자이너를 영입해 젊은 고객층을 노린 신규 라인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일종의 브랜드 ‘리프레시(Refresh)’를 단행한 것. 피델리아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자수를 가미한 클래식한 디자인에 섹시함과 발랄함을 더하자, 매출 상승은 물론이고 신규 고객 유입률도 크게 높아졌다.
그 이후 피델리아는 2007년 국내 란제리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서울컬렉션 무대에 섰다. 2009년까지 3회 연속으로 서울컬렉션에 출품해 대한민국 대표 디자이너 란제리 브랜드임을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실제 패션쇼 무대에 올려진 상품을 즉시 TV홈쇼핑에 상품화하여 판매하는 전략도 신선하다는 평가와 함께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피델리아는 국내 홈쇼핑 브랜드의 성공적 중국 진출 사례도 남기게 됐다. 2008년 12월 CJ오쇼핑의 중국 합작사인 상하이 ‘동방CJ’에서 진행한 첫 방송에서 1500세트가 모두 판매되는 성과를 거둔 것. 국내에서 히트한 상품을 기반으로 중국 여성들의 체형과 취향을 고려하여 세심하게 변화를 준 전략이 주효했다. 피델리아는 동방CJ 판매를 통해 현재까지 누적 매출 30억원 가량을 올렸다.
동경모드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상품뿐 아니라 고객 관리에서도 경쟁력 제고를 꾀하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CJ오쇼핑의 협력사로는 최초로 CCMS(소비자 불만 자율관리 프로그램)를 도입, 고객 불만에 대한 사전, 사후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나선 것. CJ오쇼핑은 이에 대한 장려의 의미로 지원금 5000만원을 수여하기도 했다.
조영진 CJ오쇼핑 MD는 “피델리아는 유통사와 제조사 간의 시너지가 최대로 발휘됐을 때 어떠한 결과로 나타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상생 사례라고 자부하는 브랜드”라며 “든든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아시아 최고의 언더웨어 브랜드로 키우는 데 총력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임욱호 동경모드 이사
“홈쇼핑 ‘온리 원(only one)’ 브랜드는 운영하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10여년이 넘었지만 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잘될 거라는 확신은 없습니다. 야구선수로 치면 타율이 높다는 거지, 매번 홈런을 치는 타자가 아니라는 거지요. 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큰 효율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노하우도 있지만 무엇보다 두 회사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관계 덕분입니다.”
임욱호 동경모드 이사의 설명이다. 피델리아의 성공은 CJ오쇼핑과 서로를 신뢰하면서 함께해온 성과라는 것이다. 임 이사는 특히 CJ오쇼핑 직원들의 공로가 컸다고 덧붙였다.
“OEM 방식이 아닌 ODM 방식은 유통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신뢰관계 입니다. 이렇게 큰 규모의 오더를 디자인까지 맡기는 일은 흔치 않지요. CJ오쇼핑 MD 분들께서 잘 관리해 주시고 신경을 많이 써 준 덕분에 신뢰 관계가 구축됐습니다.”
동경모드 역시 신뢰와 노하우를 보여줬다. 한 번 상품이 론칭될 때마다 무려 100만장에 이르는 속옷을 제작해야 하는데 중국 제조공장 1개만으로는 부족해서 3개 공장에서 두 달에 걸쳐 생산한다. 품질을 유지하며 납기 안에 생산하는 일, 이것이 바로 동경모드의 경쟁력이다.
“동경모드는 어음을 발행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현금 보유력이 높고 자금 유동성이 원활합니다.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0년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직원들의 이직이 없었을 정도로 탄탄한 팀워크를 자랑합니다. 이런 조직력과 노력이 품질력으로 이어진게 아닐까요?”
동경모드는 지난 2009년 CJ오쇼핑 협력사 최초로 CCMS를 도입했다. CCMS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의 소비자 불만 사전예방과 신속한 해결을 위해 제정한 표준 모델이다. 동경모드는 고객불만 사전관리부터 사후관리까지 전반적인 부문에 대해 자발적으로 관리한다.
“지난 2007년 ISO 품질경영시스템 인증을, 2008년에는 싱글PPM 품질 인증을 받았습니다. 고객만족 경영이 화두입니다. 아울러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CJ오쇼핑이 지원해주고 알아준 셈이지요.”
임 이사는 향후 동경모드와 CJ오쇼핑의 든든한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피델리아를 아시아 최고 언더웨어 브랜드로 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더 많이 주는’ 종수 경쟁을 했다면 앞으로는 다른 방향에서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품질력을 키울 것이라는 것.
“그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은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품질이 좋아야 고객들로부터 계속적으로 사랑을 받으니까요. 앞으로는 브랜드 로열티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스>CJ오쇼핑, 협력사 맞춤형 마케팅으로 상생한다
CJ오쇼핑은 중소 협력업체에 ‘맞춤형’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다. 안정적 판로를 제공하고 상품을 무조건 많이 팔아주는 것에서 이제는 중소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상품을 기획하고 마케팅까지 지원하는 상생모델로 진화하고 있는 것.
아미케어는 CJ오쇼핑을 통해 김소형 다이어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아미케어는 처음 제품을 론칭할 때부터 CJ오쇼핑과 협력관계는 아니었다. 지난 2002년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지만 2년 후 경쟁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입지가 급격하게 좁아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CJ오쇼핑도 당시 다이어트 카테고리 상품들의 매출이 부진했다. 품질·브랜드 등 기본기가 잘 갖춰진 상품을 확보하는 게 시급한 상황이었다. 아미케어와 협력하게 된 것도 당시 둘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양사가 협력해 처음 선보인 제품이 김소형 본 다이어트. 초기 방송 시 많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효율저하가 발생했다. 이에 CJ오쇼핑과 아미케어는 기존의 제품 출시 과정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했다. 두 회사 모두 철저한 고객연구를 바탕으로 품질관리를 체계적으로 공조했다. 또 최적화된 마케팅 채널을 협의해 ‘No.1 김소형 다이어트’를 새롭게 선보였다.
협력 결과는 양사 모두에게 이득을 가져다 줬다.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김소형 다이어트는 매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며 수많은 유사 경쟁상품을 따돌리고 시장 1위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기준으로 130억원 매출을 기록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다이어트, 건강식품 분야에서 가장 높은 인지도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CJ오쇼핑 한 관계자는 “홈쇼핑 특화 기업과 글로벌 마케팅 전문회사가 만나 시너지를 발휘했다”며 “고객 연구와 최적화한 마케팅으로 성공 사례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박스>CJ오쇼핑 상생협력 지원은
CJ오쇼핑은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상생’ 협력에 앞장서고 있다. 우선 ’1촌 1명품‘은 CJ오쇼핑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사업으로 우리 농축산물의 판로를 개척하는 데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의 중국 판로 개척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CJ오쇼핑의 중국합작법인인 동방CJ와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한국 중소기업의 상품을 수출하는 데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한 것. 중기유통센터는 국내 우수 중소기업 상품을 동방CJ에 추천하고 동방CJ는 경쟁력있는 상품을 선정해 판매할 계획이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