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있어 국제특허분쟁은 종래와는 다른 무역장벽으로 대두되고 있어 각별한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게다가 특허 그 자체만으로 이익을 취하려는 이른바 ‘특허괴물(Patent Troll)’의 등장으로 우리 기업들은 애써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생산을 늘려도 로열티를 주고나면 속빈 강정이 될 수도 있는 것이 눈앞의 현실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특허괴물’이란 제품의 생산이나 판매활동 없이, 특허를 무기로 제품 생산기업을 대상으로 라이선싱이나 소송 등의 방법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득하는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기술거래시장의 발달에 따라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시장참여자의 하나로 인식하고, 보다 중립적인 용어인 ‘NPE’(Non-Practicing Entity) 즉, 특허전문 관리 기업으로 부르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미국 특허 거래시장이 2000년 2억달러에서 2008년 14억달러 이상으로 확대되는 등 이제는 특허가 독립적인 수익창출 수단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들 중심에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NPE의 역할이 크다 할 것이다.
이 같은 NPE는 특허의 창출, 활용, 보호 및 소멸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일컫는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 생태계라는 틀에서 보면 특성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해당 특허를 활용해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라이선싱이나 소송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공격적 NPE에서부터, 예측 불확실한 특허권 행사로부터 제조 기업을 보호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어적 NPE와 특허 조달을 위해 브로커·온라인 경매 등 특허거래시장을 주도하는 NPE가 있다.
또 기업의 특허포트폴리오 분석·특허침해 분석·R&D활동에 필요한 특허를 확보하고 적정한 가격에 매입하거나 라이선싱을 지원하는 컨설팅 기능에 이르기까지 NPE는 매우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NPE의 존재는 제조 기업에 있어 위협일 수도 있지만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NPE가 비즈니스모델로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미국 특허법 개혁을 위해 최근 개최된 공청회에 따르면, 2004년에서 2008년 사이 라이선싱 요구 및 소송이 급격하게 증가함과 동시에 NPE가 관여된 비율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NPE 연구 사이트인 PatentFreedom에 따르면 2010년 4월까지 325개의 NPE들이 활동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제는 종래의 ‘특허괴물’이라고도 불렸던 NPE에 대한 부정적 일변도의 시각에서 벗어나 NPE에 대한 충분한 현황파악과 함께 개별 기업이 처한 상황에 맞는 NPE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오히려 해외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입지를 넓히고 보유 특허의 수익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IP 비즈니스의 활성화를 위해 특허지원센터 같은 공공부문의 역할이 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예컨대, NPE가 IP 비즈니스의 새로운 주역으로 자리 잡으면서 상품성 있는 특허포트폴리오 확보에 대한 세계적인 경쟁이 심화되는 것에 맞추어 특허·비특허 문헌들을 통한 유망 포트폴리오 구축 및 획득전략의 제시, 해외 NPE와의 교섭대행 서비스 또는 교섭 가이드 및 컨설팅 등이 의미 있는 도전적 과제가 될 것이다.
전상헌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부회장 shjeon@gok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