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차관 “국익 도움되면 모든 기업 지원”

박영준 차관 “국익 도움되면 모든 기업 지원”

 박영준 지식경제부 제2차관이 전 정부, 현 정부를 떠난 기업 중심의 비즈니스 외교로 새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에너지·자원 확보에 있어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정부가 기꺼이 기업 뒤에 서야한다는 지론도 폈다.

 박 차관은 지난 11일 기자들과의 신년간담회에서 현 정부 들어 온나라를 뒤흔들었던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과의 베트남 사업 성사 경험을 털어놓았다. ‘왕차관’으로 불릴 정도의 현 정부 실세 차관과 전 정부 ‘뇌관’이었던 인사의 합작이란 점에서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지난해 말 박 차관은 베트남 방문 중 박 전 회장이 주도해 수년째 끌어온 45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화력발전소 프로젝트 POA(베트남 정부가 정식계약에 앞서 맺는 최종합의) 체결을 전면에서 지원했다. 신발 제조업으로 베트남에서 연 10만명 이상의 고용창출을 해내고 있는 박 회장도 구속 등 국내 사건으로 진척을 못 보던 사업이었다.

 이에 박 차관은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다’라는 판단으로, 베트남 에너지·SOC 총괄 부총리, 공업부 장관등을 직접 만나 설득했다. 관련 공무원과 금융권이 쉬쉬하면서 수년째 주저하던 사업이 베트남 정부측 합의로 일사천리 진행된 것이다.

 박 차관은 “베트남 방문 2~3일전쯤 베트남 쪽에서 마침 한국에서 대표단이 온다고 하니까 대표단 입회하에 POA를 맺자고 제안했는데, 이를 거절하면 한국 정부가 (기업과 프로젝트를) 인정하지 않는 셈이 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태광실업과 정부의 공조는 뜻밖의 선물까지 가져왔다. 이번 화력발전소 프로젝트는 그동안 베트남정부가 해외 석탄물량 확보 근거가 있어야 허가를 내줬던 관행을 깨고, 자국내 석탄을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경제성까지 얻어냈다.

 박 차관은 지난해 10월 아프리카 모잠비크를 방문했을 때 일화도 소개했다. 당시 대통령 면담일정이 잡혔는데, 우리측 참석인원이 차관을 포함한 대표단 5인과 통역·사진기사 등 7명으로 제한됐다.

 인원 조절을 고심하다 박 차관은 포스코 등 관계 기업인을 한명이라도 더 들어가게 하려고 묘안을 냈다. 기업인수를 한명 늘리는 대신, 면담장에 꼭 들어가야 할 지경부 간부에게 사진 촬영을 맡겼던 것이다.

 박 차관은 “기업인들 이야기를 많이하게 했더니, 대통령 면담시간이 배로 늘었을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며 “하지만, 기록으로 남겨야할 사진은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