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올해 만 40세가 된 1971년생 돼지띠 남성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94세까지 생존한다. 1971년생 여성은 절반이 96세까지 산다. 전문가들은 현재 살아 있는 50대 이하 한국인 가운데 반 정도가 100세를 바라보는 나이까지 생존할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100세 시대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다. 은퇴 후 여가 생활, 건강 관리, 경제 문제 등은 모두 개인에게 맡겨져 있다. 그나마 최소한의 안전 장치라고 불리는 국민연금 역시 ‘낸 만큼’ 수령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다. 기대수명은 이미 100세를 바라보고 있지만 사회는 아직도 기대수명 80세 체제에 머물러 있다.
책은 ‘고령화는 경제 문제’라는 기본 인식에서 출발한다. UBS투자은행의 선임 경제 고문으로 거시 경제와 인구 구조 변화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저자는 아예 “고령화 논란의 핵심은 돈”이라고 단언한다. 거시경제학적으로 어떻게 고령화 사회를 준비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논의한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고령화 인구가 예상을 넘어서는 큰 폭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연금을 제대로 받기 어렵다. 개인이 은퇴에 대비해 더 많이 저축해야 하는 시스템이지만 저축해 놓은 돈은 물가 상승에 밀려 제 가치를 하지 못하기 쉽다. 젊은 인력이 많이 공급되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이 고령 인구를 부양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책은 말 그대로 우리에게 ‘고난의 세월’을 예견한다.
책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주체로 정부에 방점을 찍는다. 고령 인구와 여성 고용을 늘리도록 기업과 고용주를 설득하고 정년을 연장하거나 연금 지급을 늦출 수 있는 것은 결국 정부다. 또 이민 정책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보건, 교육, 노동시장 제도, 국가 저축과 조세 제도 등을 아우르는 전반적인 공공 정책에 변화가 필요한데, 이러한 문제를 자유 시장에 맡겨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국제적 차원에서 무역과 자본 및 노동의 이동 문제, 기후 변화와 자원 부족 문제 등 고령화 사회와 맞물린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일도 시장이 아닌 각국 정부의 다자간 협의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지 매그너스 지음. 홍지수 옮김. 부키 펴냄. 1만8000원.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