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불임

 진료를 하다보면 내원 환자들을 통해 사회 흐름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지만 불임환자 수는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병원에서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게 많이 불임 환자를 접한다.

 늦은 나이에 결혼해 쉽게 임신이 되지 않는 부부, 번번이 자연유산이 되는 여성, 결혼을 앞두고 심한 월경불순으로 고민하는 여성, 정자수가 적어 고민하는 남성 등 다양한 원인들을 가진 불임 환자들이 내원하는데, 항상 그 절실함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한의학에서는 여성의 경우 음혈허(陰血虛), 스트레스, 습열(濕熱), 습담(濕痰), 어혈(瘀血) 등의 원인 때문에 불임이 된다고 본다. 음혈이 부족하다는 말은 배태를 할 토양이 척박한 조건이고, 자궁 안에 습담, 습열이 있다는 뜻은 토양에 불순물이 많이 끼어 임신이 잘 되지 않는 상황이다. 전자는 다이어트 등으로 마른 경우, 후자는 비만인 여성이 많은데, 동의보감에서도 ‘너무 비만하여 자궁에 기름이 끼어 있거나 너무 야위어 자궁에 혈이 없으면 모두 자식을 갖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남성도 이유는 다양하다. 남성의 불임 원인은 주로 정자수와 활동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양기허(陽氣虛), 음허(陰虛), 음주나 비만으로 인한 습열 과다 등에서 이유를 찾는다.

 실제로는 남녀 모두 여러 원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불임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정확한 치료를 받아야한다. 특히 여성들은 ‘자식을 얻으려면 먼저 월경을 고르게 해야 한다’는 말처럼 월경 전 증후군이나 생리통, 생리불순이 있다면, 빨리 치료를 받고 평소 자궁이 있는 아랫배를 따뜻하게 유지해야 한다.

 또 커피보다는 당귀, 익모초, 귤피차 등을 한잔씩 마시는 게 몸에 좋다. 마르고 몸이 찬 경우에는 보혈해주는 당귀가 좋고, 몸에 열이 있고 통통한 체형이라면 익모초가 좋다.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살이 찌고 소화기계가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귤피차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