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 골프세상] 발보다 낮은 라이

 골프 교본에서는 발보다 낮은 곳에 위치한 볼은 슬라이스가 나기 쉽고, 발보다 높은 곳에 놓여 있는 볼은 훅이 나기 일쑤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이런 라이에 볼이 놓이면 의도적으로 오조준을 해야 한다고 씌어 있다.

 발보다 낮은 라이에 있는 볼은 목표보다 왼쪽을 겨냥해서 샷을 하고, 발보다 높은 라이에 있는 볼은 오른쪽을 겨냥하라는 말이다. 과연 이것이 사실일까? 물리학의 법칙을 적용하자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골프코스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는 틀린 주장이다.

 페어웨이의 발보다 낮은 라이에서는 타격한 볼이 오른쪽으로 약간 휘어진다. 페어웨이에 놓은 발보다 높은 라이에서는 왼쪽으로 훅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볼이 러프에 놓여 있을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우리나라 골프코스들은 대개 산자락을 깎아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티샷한 볼이 왼쪽으로 날아가서 산비탈에 걸렸을 때 심하게 발보다 낮은 라이에 볼이 놓인다. 그리고 긴 풀이 볼을 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골프 교본, 또는 TV 골프교습 프로그램에 나오는 대로 목표보다 왼쪽을 겨냥해서 볼을 때리면 타격한 볼은 아주 심하게 왼쪽 방향으로 날아가서 더 깊은 산자락 러프로 들어가 버린다. 세 번째 샷을 산자락에서 하다 보면 파4 홀에서 포 온, 파이브 온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이런 홀은 대개 더블 보기, 트리플 보기를 범하고 결국 무너져 버린다.

 왜 발보다 낮은 라이에서 볼을 때렸는데도 타격한 볼이 심하게 왼쪽으로 날아가버렸을까? 교본이 잘못된 것인가? 아니다. 이는 교본의 다른 페이지에 나오는 ‘러프에서 샷을 할 때는 깊은 러프의 풀이 호젤을 감아서 붙잡는 효과가 나오기 때문에 볼은 왼쪽으로 날아간다’는 부분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이를 염두에 두지 않으면 발보다 낮은 라이에서도 왼쪽으로 심하게 감기는 샷이 나온다.

 우리나라 사정에 맞게 골프 교본을 고쳐 보면, “페어웨이 왼쪽 법면과 같이 발보다 낮은 라이이면서 깊은 러프에 볼이 놓여있을 때는 볼은 왼쪽으로 감기기 쉽다. 따라서 이런 라이에 놓인 볼은 아이언의 페이스를 약간 열고 원래의 목표 방향을 향해 샷을 한다.”라고 정리된다.

 골프 교본이나 TV 골프 프로그램에 나오는 내용을 잘 소화해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항상 낭패를 겪는다. 교본을 너무 믿지 마시라. 이는 골프에서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서도 그렇고, 바둑에서도 마찬가지다. 교본대로 돌아가는 세상이 어디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