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업체들간 스마트 디바이스(스마트폰,태블릿PC 등) 경쟁이 불꽃을 튀고 있다. 애플,삼성전자,모토로라,RIM,델,HP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IT업체들이 한결같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 디바이스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초반 시장을 장악하지 못하면 만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사생결단의 자세로 덤벼들고 있다.
대만의 OEM업체들은 글로벌 스마트폰 및 태블릿 전쟁의 또 다른 주역이다. 이들 OEM업체들이 없었다면 글로벌 스마트 디바이스 전쟁은 애초부터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만큼 대만 OEM업체들이 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애플에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OEM 공급하고 있는 폭스콘에 대해선 널리 알려져 있다. 중국 선전에 생산라인을 두고 있는 폭스콘은 지난해 종업원들의 잇따른 자살과 저임금으로 유명세를 탔다. 폭스콘은 대만의 전자업체인 혼하이정밀의 자회사다. 폭스콘은 애플이 오는 4월 판매에 들어갈 예정인 ‘아이패드2’의 초도 물량 40만대~60만대를 주문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폭스콘은 버라이즌이 다음달 부터 공급할 예정인 CDMA 방식 ‘아이폰4’도 OEM 공급할 예정이다. 대만 IT전문매체인 디지타임즈에 따르면 애플은 6천5백만~7천2백만 달러에 달하는 CDMA 방식 ‘아이폰4’ 단말기를 폭스콘과 또 다른 대만 OEM업체인 페가트론 테크노로지에서 각각 공급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콘의 ‘아이폰4’는 미국에서 판매될 예정이며, 페가트론 테크놀로지의 아이폰4는 중국,일본 등 지역에서 판매될 예정이라고 한다. 일본에선 소프트뱅크에 이어 KDDI가 제2의 아이폰 공급 사업자가 될 전망이다.
애플은 올해 아이폰의 선적 물량을 분기당 1천9백만대~2천1백만대 수준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분기 아이폰 전세계 공급 물량은 1천5백만대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폭스콘과 페가트론의 OEM 물량이 증가할 것이란 의미다.
대만의 콴타 컴퓨터는 캐나다 스마트폰 업체인 RIM의 태블릿PC인 ‘플레이북’을 위탁생산한다. 디지타임즈에 따르면 RIM은 대만 콴타 컴퓨터에 올 1분기에 1백만대의 태블릿을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RIM은 와이파이 기능의 플레이북을 올 3월 출시할 예정이며, 미통신사업자인 스프린트-넥스텔과 제휴해 4G 기반 플레이북을 2분기중 내놓을 계획이다. 콴타로부터 위탁 생산 방식으로 공급받는다.
그동안 노트북 생산에 주력해왔던 콴타는 태블릿 등 스마트 디바이스 열기에 힘입어 ‘비-노트북’(non-notebook income) 사업 비중을 점차 높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해 25%선이었던 ‘비-노트북’ 사업 비중을 올해 30%선까지 확대해 영업이익률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기존의 노트북 보다는 스마트 디바이스의 마진폭이 크기때문이다.
콴타는 인텔과 협력해 그동안 MID(모바일 인터넷 디바이스)를 개발해 왔는데, 태블릿과 유사한 MID 개발 경험이 태블릿의 위탁생산에 도움을 주었다는게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MID 개발 경험이 RIM과 에이서,도시바 등 글로벌 IT업체의 태블릿을 위탁생산하는 길을 열었다.
모토로라는 ‘줌’이라는 안드로이드 기반 태블릿을 이번 CES에 내놓아 전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는데, 대만의 컴팔일렉트로닉스로부터 제품을 OEM공급 받을 예정이다. 컴팔은 1분기중 모토라라에 제품을 납품하고 2분기에 버라이즌의 LTE 버전(줌 태블릿)도 내놓는다.
이처럼 글로벌 IT들의 스마트 디바이스 전쟁의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곳에는 대만 위탁생산업체들의 만만치 않는 활약상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만 IT산업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