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라바라 빠라밤”
가스통을 매달고 달려가는 오토바이의 경적소리를 흉내 낸 유행어다. 어린 시절 집집마다 달려 있던 LP가스통을 갈아본 기억이 누구나 한 번 쯤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1987년 도시가스의 보급으로 가스통을 배관이 대신하면서 구경이 힘들어졌다.
도시가스의 보급으로 인해 가정용 수요는 상당부분 줄어들었지만 아직까지 도시가스가 보급되지 않은 곳이나 높은 화력을 필요로 하는 음식점에서는 여전히 주요 연료로 사용된다. 택시나 장애인 차량, 산업용, 화학제품 원료 등으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20년간 국내 LPG산업은 151만톤에서 929만톤(2009년 기준)으로 무려 6배의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LPG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좋지 못한 게 사실이다. 안전성과 낮은 연비, 구입처 부족 등이 그 이유다.
◇LPG에 대한 오해와 진실=LPG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폭발의 위험성이다. 최근 압축천연가스(CNG) 버스 폭발로 가스통의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LP가스통에 대한 안전은 더욱 의심을 받게 됐다. 하지만 가스는 불이 붙어 폭발하는 게 아니라 수송 편의를 위해 압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천연가스를 압축한 CNG는 일반 대기압의 200배의 압력이지만 LPG는 3배에 불과하다. LPG차량의 탱크 폭발로 인한 사고는 국내에 보고된 바 없다. 가스 누출 시 나는 냄새는 사용자들이 쉽게 발견할 수 있게 첨가한 것이다. 순수 LPG는 냄새도 맛도 색도 없다. 미세 먼지는 없고 질소산화물, 탄화수소 등의 배출도 거의 없다.
또 다른 오해는 자동차에서 사용할 경우 연비가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체인 석유가스와 액체인 석유를 단순히 1리터를 기준으로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LPG업계에서는 원래 단위 용량인 ㎏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리터를 기준으로 해도 가격이 휘발유의 절반 정도로 같은 급의 휘발유 차량과 비교할 경우 LPG가 경제적이다.
◇LPG, 어두운 미래=문제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점차 외면을 받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다. 우선 도시가스 보급으로 가정용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대한LPG협회에 따르면 2010년 가정·상업용 프로판 가스의 경우 도시가스 보급 확대에 따라 지난해에 비해 4% 가까이 줄어든 150만톤으로 추산된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80만톤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대부분 도시가스에 시장을 넘겨줬으며 현재 지방이나 도서지역 등 전국 700만 가구에만 공급 중이다.
게다가 한국가스공사가 추진 중인 삼척기지가 2013년부터 차례대로 완공될 경우 강원도 삼척은 물론, 강릉·동해까지 도시가스가 보급돼 강원도 지역 시장도 내어줄 위기에 놓였다. 아직까지 LPG연료를 주로 사용하는 제주도도 LNG보급 추진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정유업계가 택시연합과 함께 경유택시 도입을 추진하면서 LPG시장의 48%를 차지하는 수송용 시장도 위협받고 있다.
택시는 국내 운영 중인 LPG 차량 240만대 중 10% 정도에 불과하지만 사용량은 무려 40%에 달한다. 하루 24시간을 대부분 운행하는 택시의 특성에 따른 것으로 LPG업계에게는 안정적인 수요처다.
지난해 12월 초 경유택시 도입을 위한 법률 개정안이 LPG업계와 택시노조의 반발로 연기됐지만 정유업계도 국내 경유 수요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 업계 간 신경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또 10년 전 기아의 카렌스나 대우 레조 등 일반용 LPG 차량이 인기를 끌 때 출고된 차량들의 폐차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도 수송용 시장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다.
LP가스협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운행 중인 LPG차량은 총 240만대로 이중 100만대가 당시에 출고된 것들이다. 최근 LPG가격의 상승과 정부의 세제 혜택 축소 전망이 겹치면서 전체 차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폐차 대수를 신차가 대체하지 못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동고하저의 가격변동도 LPG 수요확대에 걸림돌이다. 석유제품의 경우 계절적 요인이 없지만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가 LPG를 가정용으로 사용하고 있어 겨울철 수요가 높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수입 LPG의 경우 국제 가격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고유가일수록 불리한 상황이다.
실제로 1월 휘발유와 경유·LPG의 가격비는 100 대 89 대 59로 LPG 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다.
LP가스협회 관계자는 “가격 변동폭이 커 소비자들의 불만을 야기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국제 LPG가격을 결정하는 사우디 아람코에 계절적 가격 변동폭을 줄여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희망은 있다=그렇다고 미래가 어두운 것만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우선 LPG는 주요 수송연료 중 가장 친환경적이다. 유럽에서 배출가스 규제를 유로 6로 강화할 경우 LPG차량은 무사통과라는 설명이다.
이는 LPG가 단일 물질이라 최적의 연소 조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함유량도 적어 휘발유나 경유에 비해 미세먼지는 물론 질소화합물·이산화탄소 등의 배출량이 매우 적다.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되던 겨울철 시동 꺼짐 현상도 LPi 엔진을 개발하면서 거의 해결됐다.
원거리 수송 시 안정성도 장점이다. 같은 크기의 구멍에서 누출돼도 퍼지는 속도가 CNG에 비해 6배 느리고 공기보다 무거워 화재위험은 있지만 폭발 위험은 낮다.
이러한 장점을 활용해 LPG업계는 틈새시장을 공략키 위해 준비 중이다. 특히 운반 및 휴대가 가능하다는 것은 LPG만의 강점으로 이를 활용한다는 게 업계의 구상이다.
도시가스 보급이 원활하지 않은 도서 및 산간 지역, 일부 도시 외곽 지역 등의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높은 화력을 필요로 하는 음식점에서의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키로 했다.
또 최근 캠핑 문화가 확산되는 가운데 마트나 충전소 등에서 취사에 필요한 5㎏ 휴대용 가스통을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함으로써 수요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정부에서도 지난해 일부 마트를 통해 시범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유해가스 배출이 적은 점을 이용, 미국처럼 공장 내에서 사용되는 지게차나 농기계 등에 활용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PG 수요를 급격하게 늘릴 만한 대안은 사실 없다”면서도 “기존 수요는 유지하고 새로운 틈새시장을 창출하는 게 관건”이라고 밝혔다.
◆인터뷰/고윤화 대한LP가스협회 회장
“택시 시장이 뺏기면 LPG 수입사들은 존재 의미마저 없어집니다. 시장 확대는 어려워도 최소한 유지하는 게 목표입니다.”
고윤화 대한LP가스협회 회장은 “전체 LPG 시장의 48%를 차지하는 수송용 시장은 LPG업계에서는 놓쳐서는 안될 최대 시장”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특히 주행량이 많은 택시의 경우 LPG차량의 10%에 불과하지만 사용량은 40%에 달하는 거대시장이다.
고 회장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수송용 LPG 시장 확대를 위해 LPG 차량의 품질 및 이미지 개선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사실 기존 LPG차량의 시동 꺼짐 현상이나 연비, 출력 저하 등의 문제는 이미 대부분 해결했다. 부족한 연비와 충전소 문제는 낮은 가격이 보상해준다는 게 고 회장의 설명이다.
오히려 미세먼지 배출이 없고 유해가스 배출이 적은 것을 이용, LPG 차량의 보급 확대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전 세계에서 차량 연료에 제한을 두는 것은 우리나라 밖에 없습니다. 일반 차량에도 LPG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유공자나 장애인, 경차 등 사회적 약자 및 서민계층을 위한 차량에만 LPG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LPG 가격이 정부의 통제 범위를 넘어 가격적 혜택이 크게 없는 상황에서 굳이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게다가 LPG에 붙는 세금도 32%로 독일(31%), 프랑스(25%), 일본(16%)에 비해 높은 편이다.
“가정용 LPG 시장의 경우도 이미 LPG는 서민용 연료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값싼 도시가스를 도시가구들이 사용하고 도시가스 보급이 어려운 지역에 사는 취약계층들이 되레 LPG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죠.”
고 회장은 “LNG는 에너지특별회계자금 저리융자, 도시가스 보급 투자재원 등 정부의 수혜를 입고 있으나 700만 서민가구가 사용하는 LPG는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며 “LPG업계는 가정용 시장의 유통비용 절감을 위해 소형용기 보급, 벌크 공급 확대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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