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에선 학문적 성취와 함께 또 하나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기업가 정신’이다. MIT에선 1970년대 이후부터 졸업생들의 창업 붐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기업과 대학을 연결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꾸준히 갖춰져 왔다. 세계적으로 MIT 출신이 설립한 기업 가운데 현재 활동 중인 곳만 2만5000개를 넘어섰으며, 이들은 300만명이 넘는 인원을 고용하고 연 2조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03년 설립된 중국 칭화대의 기술지주회사인 ‘칭화홀딩스’는 현재 자회사가 90여개에 이른다. 자산규모는 4조원 가까이 된다. 칭화홀딩스는 대학 내 우수 연구성과나 아이디어가 모여 실제 사업화를 통해 기업으로 거듭난 ‘허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스타트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대학’이다. 대학에는 아이디어가 있고, 인프라가 있으며, 젊은 열정이 있다. 미국을 비롯해 해외 선진국에선 일찌감치 대학의 창업 동력을 키우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스타트업에서 대학의 역할이 많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2000년 전후의 벤처 붐도 대학이 제 역할을 해줬다면 그렇게 사그라지지 않고 지속성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1세대 벤처기업인인 이금룡 코글로닷컴 회장은 “대학 없는 벤처 붐은 완전할 수 없다”며 “제2의 벤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선 대학이 젊은이들을 독려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나라 정부와 대학도 IMF 외환위기 이후 취업에만 목을 매던 분위기에서 아주 조금씩은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 2009년 문을 연 한양대학교의 글로벌기업가센터에서 운영하는 창업 관련 과정은 1년에 1500명이 수강했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한양대 외에도 많은 대학교가 성공 벤처 기업가를 멘토로 붙여주고 창업경진대회를 열어 수상한 우수 아이디어가 실제로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을 펼치고 있다.
류창완 한양대학교 글로벌기업가센터장은 “젊은 학생들이 치기로만 창업에 뛰어들지 않도록 선배 창업가들이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역할을 대학이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기술지주회사도 올해 안에 많으면 20개 대학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현재 13개교가 기술지주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규모는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도 조금씩 배출되고 있다.
기술지주회사가 주로 교수나 학생들의 연구 성과와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 위한 것이라면, 대학의 창업보육센터는 보다 광범위한, 스타트업을 꿈꾸는 일반인들이 문을 두드려봄 직하다. 아직 MIT나 스탠퍼드대학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예비 창업가들이 필요한 인프라와 아이디어가 한데 결집돼 있다. 전자신문의 2011년 ‘스타트업은 희망이다’ 연중기획에서는 대학의 스타트업 문화도 깊이 들여다볼 예정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