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구 `3각 체제`…풀어야할 숙제 `산넘어 산`

특구 `3각 체제`…풀어야할 숙제 `산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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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개발특구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출범한 지 5년여만에 대구와 광주가 추가로 특구에 지정되면서 3각 체제를 형성하게 됐다.

 정부는 지난 17일 제2차 특구 육성종합계획을 통해 연구개발특구를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혁신 클러스터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지속발전형 클러스터 육성, 선순환 벤처생태계 조성, 특구 커뮤니티 강화, 기업환경 및 생활환경 개선 등 4대 중점 추진 분야를 제시했다.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표방한 벤처생태계 단지를 육성하겠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그러나, 특구 추가 지정에 따른 기대감과 우려가 공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일단 기존 대덕 중심의 혁신 클러스터 모델을 광주와 대구로 확산시켜 국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점에서는 환영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아직 선택과 집중이 더 필요한 상황에서 특구를 추가 지정한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성공적인 혁신 클러스터로 가기 위해서는 대덕과 대구, 광주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기술사업화 시스템 정착이 급선무=대덕특구는 이번 정부의 발표로 사실상 연구개발특구의 허브 역할을 맡게 됐다. 현행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이하 대덕특구본부)가 헤드쿼터격인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으로 개편돼 전체 특구관리를 총괄하는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이에 따라 기존에 우려됐던 대덕특구의 위상 저하 문제도 상당부분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앞으로 맏형격인 대덕이 어떻게 대구와 광주를 선도하며 이끌고 갈 것인가가 관건이다. 대덕특구본부의 역할이 부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대덕특구는 출범한 지 5년여가 지났지만, 당초 취지인 기술사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대구와 광주에 성공적인 롤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현행처럼 사업비를 나눠주는 단순한 행정관리 조직에서 탈피해 기술거래 시장을 만들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테크노파크와 차별성 확보도 과제=앞으로 만들어질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숙제는 또 있다.

 대덕과 대구, 광주 등 3개 지역의 기능과 역할을 분명히 정하고, 예산이 수반된 사업도 명확하게 법으로 명문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사업 예산이 건물 등 하드웨어 중심이 아닌 소프트웨어 측면, 즉 기술사업화에 국한되도록 명시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다. 자칫 특구 예산이 하드웨어에 치우쳐 기존 테크노파크 등 지역 사업과 중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덕특구의 한 관계자는 “이번 정부의 특구 추가 지정이 지역별 독립법인을 세우는 것이 아닌 일체형으로 마무리돼 지역 간 경쟁구도가 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무엇보다 3개 지역 간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져야 진정한 혁신 클러스터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광주선 특화가 관건=대구는 우선 타지역과 달리 7개 지역(성서첨단산업지구, 테크노폴리스지구, 지식서비스R&D지구 2곳, 의료R&D지구, 융합R&D지구 2곳)으로 분산돼 있는 R&D지구마다 당초 기획했던 분야별 특화가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또 한 곳에 집중함으로써 R&D끼리의 집적화를 통한 상승효과는 크게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구와 대전, 광주를 잇는 삼각 내륙첨단과학벨트가 형성되긴 하지만 정작 대구R&D특구 내에서는 백화점식 R&D특구로 시너지를 유발시키는데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지난해 말 R&D를 통한 고부가가치화가 필요한 뿌리 산업군이 몰려 있는 대구성서 3, 4차단지는 단지내 기업인들의 반발 때문에 제외함으로써 현재 대다수 지구가 기업이 없는 곳으로 지정돼 기업 R&D를 통한 사업화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 특구로 지정된 곳과 특구외 지역의 기업 간 세재혜택 및 자금지원의 차이로 인한 위화감도 해소해야할 숙제다.

 광주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특구지정 요건 가운데 핵심인 출연연 요건 3개를 가까스로 채웠고, 대학 3개 이상 조건도 전남대, 조선대, 남부대, 광주과기원 등으로 만족시켰지만 지역적으로 대부분 떨어져 있어 연계형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낼지는 풀어야할 과제로 지적됐다.

 대구시 과학기술과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기 때문에 특구 지구 외 기업에 대해서는 R&D특구법에 따른 지원방법이 없다”며 “다만 지구 내 이전을 통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도록 하고, 타지역 첨단유망기업 유치로 특구활성화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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