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년 전의 인류가 오늘날로 시간여행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끝없이 높게 솟은 도심 마천루 탓에 현기증에 시달릴 것이다. 곧게 뻗은 도로며 자동차를 보면서 빠른 속도에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사람들이 사용하는 각종 조명기구에 대해서는 그다지 크게 놀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100여년 전 사람들이 사용하던 등기구나 오늘날의 조명들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조명 시장의 55%를 차지하는 백열등이 세상을 밝히기 시작한 것은 100년이 훨씬 지난 1879년이다. 조명 시장 점유율 42%인 형광등도 거의 100년이 다 된 1938년에 발명됐다. 100년 전이나 현재나 조명시장의 대부분이 백열등·형광등인 것은 마찬가지인 셈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과거에 사용하던 백열등·형광등에 비해 오늘날의 제품의 효율이 약간 높다는 정도다.
환경친화적이라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보급률이 좀처럼 높아지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백열등·형광등 때문이기도 하다. 각각 100년 이상, 100년 가까이 된 전통의 조명이라는 점에서 역사가 짧은 LED 조명 대비 양산기술과 효율이 월등하다. 백열등의 경우 LED 조명보다 효율은 떨어지지만 가격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현재 대형마트에서 백열등 1개당 500원 안팎이면 구입할 수 있지만, 백열등 대체형 LED 조명은 3만~4만원 수준이다. 형광등은 가격·효율 모든 면에서 LED 조명의 강력한 라이벌이다. 1개당 몇 천원인 형광등의 효율은 1와트(W)당 60~70루멘(㏐)이다. 형광등 대체형 LED 조명 가격은 비싼 제품이 10만원을 넘는다. 효율 면에서는 형광등의 효율을 간신히 넘어선 게 얼마 되지 않았다.
각국 정부가 백열등 사용금지, LED 조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의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시장 기능에 맡겨 두면 LED 조명 보급 속도가 더욱 더뎌질 우려가 크다. 다행스러운 것은 오는 2012년부터 유럽에서 백열등이 퇴출되고, 한국의 ‘1530프로젝트’와 같은 정책이 다른 나라들에서도 속속 시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LED인사이드에 따르면 전 세계 조명 시장 중 LED의 점유율은 1% 정도다. 내년에는 8%, 오는 2013년께 조명 시장의 15%까지 점유율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