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병가 소식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 그가 대표로 있는 기업의 주가는 9.7% 하락했고, 18일 미국 증시에서도 개장 초 6.5% 하락했다.
2011년 1월 17일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가 복귀 일정도 공시하지 않고 병가를 내자 IT 업계는 물론이고, 주식시장까지 떠들썩하게 각종 추측과 전망을 내놨다. 미국의 주요 일간지들은 이를 주요 기사로 다뤘고, 잡스의 부재가 길어질 경우 애플 자체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잡스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19일 발표한 분기 실적에서 수익 77.5% 상승, 전년 동기 대비 아이폰 판매량 86% 증가 등 좋은 실적을 보였다. 그러나 IT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차기 제품 출시는 무리가 없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애플의 혁신 전략과 IT 산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그의 병세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미국의 한 신문 사설은 철저하게 비밀로 부치고 있는 스티브 잡스의 병세와 관련해 미국 내에서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비전을 가진 거대 기업인만큼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티브 잡스는 단순히 애플의 CEO를 넘어 IT산업의 비전을 제시하는 아이콘이 된 것이다. 그의 병가를 두고 왈가왈부 이야기들이 많은 1월 19일은 1983년 애플이 최초로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를 탑재한 PC 리사를 출시한 날이기도 하다.
자신의 딸 이름을 붙인 것으로 알려진 리사(LISA)는 잡스가 제록스의 팰러앨토연구소를 견학했을 때 클릭으로 컴퓨터를 제어하는 것에 영감을 받아 만들기 시작했다. 1983년 4년 동안 200명의 개발자를 동원해 만들어진 리사가 출시됐지만, 9995달러라는 높은 가격으로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이는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학 졸업식 강연에서 자신 인생 최고의 사건으로 꼽은 ‘애플에서 퇴출’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잘 알려졌다시피 애플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는 넥스트스톱과 픽사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리고 1997년 애플이 넥스트스톱을 인수하면서 잡스는 돌아오고 애플의 신화는 시작된다.
애플 복귀 이후에도 췌장암과 간이식 수술이란 건강상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아이패드로 새로운 생태계를 열었다. 그리고 소위 애플빠로 불리는 열혈 소비자층을 전 세계에 걸쳐 확보하고 있다. 언제든 주머니를 열 준비가 된 그런 소비자들을 위해 내년 이맘때 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검정 목폴라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새로운 제품을 소개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