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해운대공업고등학교는 ‘4H-MEET(행복·복합·고급·인성)’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조선기자재산업 등 지역특성에 맞는 특화된 우수 인력 양성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대학입시를 치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적 추세 때문에 정체성 위기와 졸업 후 진로에 혼란을 느꼈던 이 학교 학생들은 지난 2008년 중소기업청의 특성화고육성사업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특성화 프로그램에 맞게 조선기자재와 관련해 교육과정이 개편되고 특성화 추진위원회와 자문위원회 운영을 통해 장기적인 사업이 시작됐다. 새로운 교육을 위한 시설을 확보하고 창의적인 활동을 도와줄 동아리들도 속속 생겨났다.
이 학교는 특성화사업을 추진화하기 위한 체계화된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그 중 특히 주목받는 요소가 사업의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선 산업체 현장에 맞는 맞춤형 특수 용접 인력 양성이다. 이를 위해 선급용접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동아리가 개설됐다. 이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기량을 필요로 하는 특수 기술과 많은 자금이 필요한데 특성화사업 자금을 적극 활용한 결과, 우수한 성과를 가져왔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졸업을 앞두고 취업에 성공한 조선기계과 3학년 황영빈 군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게으름 피울 시간, 친구와 어울릴 시간이 줄었지만 노력 끝에 졸업을 앞두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게 됐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는 조선기자재 산업 인력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힘썼다. 특성화 개편에 따라 선박용접실, CAM 실습실, 선박자동화 실습실을 신설하고 효율적으로 재배치했다. 도합 17개의 새로운 기자재가 확보됐고 강당, 시청각실 등 교육환경 개선도 추진했다.
조선기계과 3학년의 윤상준 군은 “실습을 하고 기능대회 입상을 하면서 기술인으로서의 꿈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직접 알아가고 체험하는 교육방식으로 스스로 성장하게 됐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취업률 향상을 위해 도입한 산업체 위탁교육 프로그램도 큰 빛을 발했다. 부산조선기자재협동조합 및 산하기업, 대학과 협약을 맺고 선취업 후진학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이는 산업체 위탁과정을 통해 졸업 후 산업체 취업과 함께 전문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3년째 특성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우수한 성과를 일궜다. 각종 대회에서 숨겨진 재능을 드러내는 학생들도 생겨났다. 교육과정 개편 후 96.5%의 학생이 전공 분야와 관련한 자격증을 취득했고 15%로 미약했던 취업률이 30%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산학협력을 진행하는 산업체의 만족도도 기대 이상이다. 파나시아의 박금철 생산지원 실장은 “2010년 해운대공고와 산학협력을 맺은 뒤 실습생을 선발했는데 그 결과가 매우 만족스럽다”며 “실질적인 기술이 잘 연마된 학생들이라 누구보다 능률적인 효과를 낸다”고 극찬했다. 박 실장은 이어 “실습생을 내년부터는 정규직으로 입사시키고 싶을 만큼 뛰어난 실력과 함께 ‘긍정적인 마인드’도 몸에 배여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해운대공고는 해양플랜트 산업과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신규로 많이 진입하고 있는 원자력산업으로 특성화 분야를 확장해갈 계획이다. 또 취업희망자에 대한 장학금이나 해외연수 등의 인센티브를 확대해 취업 붐을 일으킬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