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500억원을 들여 경주에 제2 단계 양성자가속기를 건립하는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다시 가속기 중복투자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양성자기반공학기술개발사업단(단장 최병호)은 19일 “최근 개발된 100MeV(1억전자볼트) 양성자가속기를 1GeV(10억전자볼트)급 초전도 선형 양성자가속기로 확장하는 2단계 사업이 국가 대형 연구시설 구축안에 포함돼 오는 2015년부터 추진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계획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마련한 ‘국가 대형 연구시설 구축지도’상에서 ‘펄스형 파쇄중성자원 및 중성자빔 이용시설’이란 명칭으로 예산 배분 시 우선 고려대상인 A군에 포함된 것이 확인되면서 드러났다. 건설비 7500억원, 연간 운영비 600억원이 소요될 2단계 사업은 오는 2015년부터 6년에 걸쳐 구축된다.
최병호 단장은 “2단계 사업은 양성자를 통해 중성자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시설”이라며 “물질, 생명체 내의 분자, 원자의 구조와 기능분석을 위해 필요한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사업단 측은 또 2단계 사업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정책연구를 거쳐 제안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계획이 확인되자 과학기술계는 현재 건립 중인 100MeV급 양성자가속기에 이어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2단계 사업의 필요성을 두고 중복투자 지적이 일고 있다.
이미 정부는 지난 2002년부터 방폐장이 조성되는 경주지역에 3074억원을 들여 100MeV급 양성자가속기를 건립 중이다. 양성자기술개발사업단은 현재 양성자빔을 100MeV까지 가속하는 대용량 가속기 본체 제작을 완료한 상태다.
물리학을 전공한 한 가속기 전문가는 “거대 시설을 유지할 만한 고급인력이 과연 있는지조차 의문”이라며 “미국의 UC버클리 내에 있는 가속기도 유지인력이 없어 독일에서 인력을 데려오는 현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역별로 가속기 유치경쟁이 치열한데 과연 국내에 얼마나 많은 가속기가 필요한지, 경쟁력이 있는지 총체적으로 점검해봐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무분별한 가속기 구축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실제로 경주 양성자가속기는 오는 2012년 3월 완공할 예정이지만 실제 건물 건립예산 부족으로 완공이 12월로 늦춰진 상황이다.
최 단장 역시 “예산 확보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며 “하나의 사업이라도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다른 사업을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국내에는 현재 구축 중인 3대의 대형 가속기에 이어 과학벨트 내 중이온가속기,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초전도선형 양성자가속기 총 3개의 대형 가속기가 추가 구축될 예정이다.
박희범,
세계의 대용량 선형 양성자가속기 비교(전단부)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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