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한마디로 정의(定義)하기 어려운 일들이 허다하다. 아니 모든 사물과 모든 추상명사, 모든 사람들을 한마디로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동안 우린 얼마나 자신 있게 세상을 재단하고 확신과 신념에 차 얘기했던가.
세계의 석학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생각을 제공한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정의(正義)란 무엇인가’와 같은 제목의 강연에서 정의의 개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자유시장을 절대 선으로 추앙했던 신자유주의 이론에 의혹을 보낸다. 이들이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단순하다. 우리에게 보다 깊게 사유하고 보다 넓은 시각을 가지라는 촉구일 테다. 그들은 함부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우리가 단순하다고 생각했던 정의의 개념을 다시금 성찰하며, 현행 금융·경제 질서가 무조건 어렵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비판의 눈을 기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상’은 무엇이고 ‘비정상’은 무엇일까. 또 이 둘의 경계는 어디쯤일까. 정상과 비정상의 본질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책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화두를 던진다.
저자 역시 열두 살 때까지 글을 읽지 못했던 읽기 장애를 가진 학생이었다. 장애를 극복하고 미국 명문 브라운대 영문과에 입학해 각종 장학금을 받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성공한 작가 겸 강연자의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정상’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고 그것에 끊임없이 의문을 갖고 있다.
‘숏버스’는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이용하는 스쿨버스다. 1975년 미국에서 장애인교육법에 따라 탄생했다. 비장애 학생들과 분리돼 교육받은 장애 학생들이 타고 다닌, 일반 스쿨버스보다 길이가 짧은 이 버스에 숏버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저자는 숏버스를 개조해 장애 학생들을 태우고 4개월간 미국 전역 5만6000㎞를 달렸다. 이 여행을 통해 학습 장애 소년, 여자가 되고 싶은 어부 화가, 천재와 광인의 모습을 모두 지닌 괴짜 예술가, 시청각 중복 장애 소녀, 다운증후군 소녀 등을 만났다. 그는 ‘과연 사람들이 규정하는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선을 긋는다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다. 이것은 옳고 저것은 그르다고 무 자르듯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모든 것엔 양면성이 있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고정관념을 갖고, 고정관념은 그 어떤 것보다 견고하다.
조너선 무니 지음. 전미영 옮김. 부키 펴냄. 1만3500원.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