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룰은 영국 왕립 골프협회(Royal & Ancient Golf Club)와 미국 골프협회(US Golf Association)에서 제정한다. 이론적으로는 두 개의 골프 룰이 존재한다는 뜻이지만 사실상은 영국과 미국의 골프협회가 서로 의논을 해서 전 세계에 통용되는 단 하나의 규정으로 통일한다.
우리나라는 영국 왕립 골프협회의 규정을 따른다. 여기에 로컬 룰이 더해진다. 로컬 룰은 골프 코스나 대회 주최 측에서 정하는 규칙이다. 예를 들면 연못에 볼이 빠졌을 때 마지막으로 해저드 라인을 넘은 선 상 뒤쪽에 볼을 드롭하고 샷을 해야 하지만 주최 측에서 연못을 건넌 지점에 해저드 티를 따로 만들어 두는 경우도 있다.
주말 골퍼 입장에서 볼 때, 골프 룰에는 너무도 아마추어 골퍼를 차별하는 조항을 많이 발견한다. 예를 들면 벙커에 놓인 그대로 볼을 쳐야 한다는 규정이다. 주말의 골프 코스에서 그린 사이드 벙커는 발자국 투성이다. 벙커에 빠진 볼이 깊은 발자국 속에 빠지면 볼을 쳐 내기가 무척 어렵다.
샷을 한 골퍼의 책임이 아니다. 벙커를 그 지경으로 만든 먼저 지나간 골퍼의 책임이거나 골프 코스의 책임인데 골프 룰에서는 벙커에 빠뜨린 골퍼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긴다. 합리적으로 생각하자면 이 조항은 “벙커 샷을 한 뒤, 모래를 정리하지 않으면 2벌타” 혹은 “벙커에 빠진 볼이 발자국 속에 들어가면 그린 피 2만원 할인”이라고 변경해야 옳다.
로스트 볼도 그렇다. 프로 선수들은 포어 캐디가 있는 골프 코스에서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로스트 볼이 생길 가능성이 무척 낮지만 우리는 아무도 없는 페어웨이를 보고 티 샷을 때린다. 슬라이스가 나서 오른쪽 러프로 들어가도 본 사람이 없으니 볼을 찾기 쉽지 않다. 로스트 볼은 OB와 마찬가지로 1벌타를 부과한 뒤, 원래 샷을 한 지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것도 무척 불합리한 룰이다.
“OB 지역이 아니라면 로스트 볼로 처리하지 말고 해저드에 빠진 것으로 간주, 1벌타를 부과하고 볼이 없어졌다고 생각되는 지점에서 드롭하고 샷을 한다”라고 바꾸는 편이 타당하다. 주말골퍼에게 지극히 편파적인 두 개의 규정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낸다면 어떨까. 헌재 재판관들도 골프를 하다가 억울한 일을 당한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닐 테니 골프 규정을 바꾸라는 판결을 내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