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스마트시대가 열렸다.
(1)스마트 혁명의 중심 ‘스마트TV’
올해는 스마트혁명의 원년으로 불린다. 우연의 일치일까. 2011년을 상징하는 토끼는 영리함(스마트)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토끼는 평소 세 개의 땅굴을 마련해 놓고, 위험이 닥쳐도 이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영리한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새해 벽두부터 ‘스마트’ 바람이 거세다.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스마트는 ‘절대선’으로 통한다. IT강국 코리아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너도나도 스마트를 외친다. 디지털이 오히려 아날로그 느낌을 주는 아이러니한 세상이 됐다. 스마트라는 거대한 물결을 거스르면 왠지 낙오된 느낌을 받는 게 현실이 됐다. 대통령마저 디지털 시대가 가고, 스마트시대로 우리 사회가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어쩌면 우리는 스마트시대를 대비하는 데 조금 늦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상력을 동원한다면 앞설 수 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한 행사에서 한 말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인터넷을 달궜던 N세대에 이어 머지않은 미래에 스마트 세대(S세대)라는 신조어도 수면 위로 부상할 전망이다. 2011년 대한민국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 중 하나도 스마트강국 건설이다. 이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 행안부 등 각 정부 부처는 스마트한 정책입안을 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스마트는 민간기업에서도 최우선적으로 채택하는 단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스마트TV와 스마트폰으로 IT 역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태세다.
스마트 빅뱅은 하드웨어 제품 간 물리적 결합을 의미하는 디지털 컨버전스, 통신과 방송의 융합으로 대변되는 통합융합 시대를 넘어 새로운 시대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다름 아닌 ‘IT와 뉴미디어’의 결합이다. 그 중심에는 스마트TV가 있다. 40인치 이상 대형 화면에서 편안하게 인터넷 브로드밴드 망을 통해 전송되는 다양한 방송 및 인터넷 콘텐츠를 어디서나 즐길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스마트홈의 허브, 스마트혁명의 정점에 스마트TV가 중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과 구글, 스마트시대 개막을 알리다=스마트시대의 선구자는 미국 애플로,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으로 스마트시대의 장막을 걷었다. 구글 역시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앞세워 스마트시대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소니 로지텍 인텔과 TV사업에서 연합전선을 구축한 데 이어 방송 시장에서도 무시 못할 정도의 입지를 구축했다. 현재까지 구글TV의 파워는 당초 예상과 달리 미풍에 그치고 있다. 기술적 완결성과 양방향 서비스를 위한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소비자들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 역시 충분히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애플이 99달러에 내놓은 셋톱박스 형태의 애플TV 역시 아이폰 판매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이처럼 세계적 IT기업들이 스마트TV 초기시장에서 예상 외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글로벌 IT 전문가들의 눈은 한국으로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그동안 보여 준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의 성과물에 상당한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늦게 출발했지만, 전속력으로 추월해 나가는 힘에 세계가 놀라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스마트TV는 물론이고 스마트빅뱅 시대를 선도해 나가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선 법과 제도의 정비와 함께 광속으로 발전하는 기술의 속도에 뒤처지지 않는 과감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스마트한 자, 스마트 시대를 선도한다=스마트 시대의 경쟁은 지금까지 전 세계 경제 및 IT과학기술 업계를 지배해 왔던 게임의 법칙과 확연히 다르다. 말 그대로 영리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아날로그, 디지털 시대를 관통했던 단순 판매량 확대정책 보다는 △스마트 생태계 내에서의 자생력 확보 △전략적 동거 및 연대 △콘텐츠 경쟁력 제고가 필수다. 스마트TV는 인터넷과 달리 방송과 시청자가 만나는 플랫폼으로, 협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스마트시대에는 자신만의 틀과 경계에 갇혀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 소니가 구글, 로지텍, 인텔과 손잡고 스마트TV 시장에서 기선제압에 나선 것은 이 같은 달라진 환경을 말해 준다. 전략적 제휴를 통한 우군 확보도 스마트 혁명기를 지혜롭게 헤쳐 가는 생존전략 중 하나인 셈이다.
IT기업 및 방송사 간에도 합종연횡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ABC, NBC, 폭스TV가 손을 잡았다. 영국에서도 공영방송인 BBC와 ITV, 브리티시텔레콤이 협업체계를 구축했다.
TV용 스마트앱 등 콘텐츠 경쟁력 역시 중요하다. 스마트 시대는 곧 문화의 시대며, 언제 어디서나 전 세계 콘텐츠를 즐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컨버전스가 디지털 시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필살기였다면, 스마트시대에서는 소프트파워가 1순위로 꼽힌다.
정책 및 제도의 정비도 중요하다. 특히 대형 스마트TV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전송되는 다양한 방송 콘텐츠와 동영상을 시청하는 비중이 늘어날 것에 대비한 사전 대응이 요구된다. 방송이 나오지 않는 상황은 상상도 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기 때문이다. 양청삼 방송통신위원회 과장은 “스마트 시대는 속도도 빠르고, 불확실성도 커지기 때문에 발 빠르게 선행기술 개발 및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원책을 마련·시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마트 경영 그 이후=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대한미국 사회는 닷컴 열풍이 한창 불었다. 난세에 영웅이 탄생하듯이, 이 시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온 기업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벤처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마찬가지로 상당수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스마트 빅뱅을 맞아 스마트 시대를 선도하는 창의적인 중소 벤처기업들의 출현을 예상한다. 행운의 주인공은 TV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주는 콘텐츠 기업일 수도 있고, TV용 앱 개발업체일 수도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뉴미디어 기반의 쇼핑몰 등 다양한 비즈니스모델도 등장할 전망이다.
실제로 정부 역시 콘텐츠에 상당한 투자를 예고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방송 콘텐츠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스마트 신산업 육성에도 힘을 가하겠다”며 “일기가성의 각오로 일을 해 나가자”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 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양종석 기자, 문보경 기자, 허정윤 기자, 박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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