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중국이 국제 사회에서 가지는 지위가 높아졌다. 지난 19일 열린 미국·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상호 존중과 공동이익을 바탕으로 한 협력적 파트너십의 구축, 21세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번영 등을 선언한 모습에도 국제 사회 리더로 자리매김한 중국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문정인 연세대학교 교수는 이러한 중국의 부상에 대해 “아직 중국에는 국제적 지도국가로 될 수 있는 대전략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 교수는 최근 휴넷(대표 조영탁)이 연 ‘골드명사특강’ 강연에서 중국이 G2의 호칭까지 들으며 부상하고 있지만 우리가 얼마든지 협력하고 상생할 수 있는 상대라고 강조하며 “중국의 부상을 위협으로 간주하면 결국 중국에도 우리가 위협이 되고 대립관계가 되지만 우리가 중국의 발전을 긍정적으로 보고 거기서 상생과 번영의 공간을 협력을 통해 찾으면 좋은 이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6개월간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에서 연구를 수행하며 중국의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석학을 두루 인터뷰한 결과를 이날 강의에서 설명했다. 문 교수는 우선 “중국은 아직 등소평이 제시한 ‘화평굴기’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력이 크게 상승했지만 아직 절대 빈곤층이 10억명이 넘는 상황에서,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국 지도부에는 무엇보다 급한 과제라는 것이다.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 뒤에 있는 배경도 설명했다. 문 교수에 따르면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한국과 미국의 관계만큼의 서로의 희생으로 맺어진 관계일 뿐 아니라 역사적·경제적인 관점이 함께 들어있다. 문 교수는 “중국인은 공산당의 ‘대장정’ 시절부터 대약진 운동의 실패, 이를 극복하고 핵무기 개발을 성공하기까지 과정에 북한의 현재 고립된 모습을 투영한다”며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 제제를 가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또 경제적 관점에선 ‘장길도(장춘·길림·도문)의 개발사업과 관련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낙후된 동북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선 물류 문제 해결이 중요한데 러시아는 항구 협조를 해주지 않기 때문에 나진 등의 북한 항구를 동해로 나가는 출구로 삼게 된 것”이라며 “북한과 상당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더 나아가 중국에 대해 예속되게 만드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문 교수 이를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4만개를 넘어서고 있고, 한·중 관계가 가까워져도 북한을 쉽게 놓을 수 있는 이유”라며 중국의 입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문 교수는 이 외에도 중국이 미국이 배제된 동북아 공동체에서 지도적 위치를 점하고, 한·일과의 FTA를 통해 경제 성장을 꾀하려는 의도 등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중국은 개별 국가와의 동맹보다 다자안보체제로 나아가고 UN의 위상 강화를 통해 안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협력에 있어 필수적으로 고려해야하는 안보 문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