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얼마남지 않은 지난 12월 중순 부산시청 12층 국제회의실. 부산시와 액센츄어코리아간의 액센츄어 부산 개발센터 설립 MOU 교환을 앞두고 시 공무원들과 정보산업진흥원 등 기관 관계자의 얼굴에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액센츄어(Accenture)는 2010년 기준으로 매출만 25조원에 세계 120개국에 20만4000여명의 전문 인력을 보유한, 내로라하는 글로벌IT기업으로 부산시 입장에서는 IT분야 외부 기업 유치 사상 최대어를 낚은 셈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짧은 기간 동안 인력 수급, 개발 환경 등 부산의 입지 경쟁력과 혜택을 집중적으로 알리고 설득해 사실상 타 지자체로 넘어간 것을 부산으로 돌렸다”고 귀뜸했다.
이날 부산시와 액센츄어코리아(대표 이진)는 부산 센텀시티에 시스템통합(SI) 개발 및 운영에 관한 아웃소싱 프로젝트를 진행할 ‘액센츄어 코리아 딜리버리센터(KDC:Korea Delivery Center)’를 설립하기로 했다.
◇부산 글로벌IT기업 거점으로=유수의 글로벌IT기업이 속속 부산에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아비바(AVEVA)의 부산 마린테크니컬서비스센터 설립 이후 잠잠했던 부산으로의 역외 IT기업 유치가 확연히 달라졌다.
지난 한 해 동안 3개의 글로벌IT기업이 부산에 R&센터, 교육·마케팅센터 등을 설립했거나 설립을 확정했다.
글로벌 게임개발업체 넥슨이 물꼬를 텄다. 이 회사는 지난 해 상반기 부산에 개발스튜디오를 마련했다. 넥슨 부산 개발스튜디오는 현재 센텀시티에 자리를 잡고, 10여명의 개발인력을 고용해 스마트폰용 게임과 플래시게임을 개발 중이다.
지난 12월에는 미국의 소프트웨어 개발 및 서비스 기업 인터그래프가 부산IT융합부품연구소와 공동으로 동의대에 조선해양SW교육센터를 개소했다. 인터그래프는 이 센터를 동남권 조선사 고객의 현장인력 SW교육과 함께 자사 마케팅 및 개발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액센츄어 KDC는 이르면 3월내에, 또는 올 상반기내로 인력 확보 및 조직 구성과 기능을 확정하고, 본격적으로 개발 및 영업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기업고객 관리 등 다중 포석=글로벌IT기업이 부산에 새 둥지를 튼 배경으로는 영남권에 집중된 대기업 제조현장의 밀착관리와 이를 통한 신규 고객사 확보, 사업 다각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부산 해운대 센텀벤처타운에 자리잡은 아비바 마린테크니컬서비스센터의 경우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인근 조선사를 상대로 자사 SW공급에 이은 추가 개발업무와 유지보수 서비스를 진행하며, 아비바의 아시아·태평양 개발서비스 거점으로 자리잡았다. 매년 전국 대학의 조선해양 분야 교수를 모아 교육 세미나를 진행하고, 지역 인력 채용에도 적극적이다.
조선사 고객에 대한 현장·밀착 서비스와 즉시 대응 가능한 근접 관리로 인해 고객의 신뢰가 높아지고, 추가 고객 확보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 아비바 측의 설명이다.
인터그래프의 부산 교육마케팅 거점 마련도 아비바의 이 같은 자리매김에서 기인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아비바와 인터그래프는 전 세계적으로 조선용SW 개발 및 공급, 서비스에서 경쟁사다.
인터그래프는 조선해양SW교육센터에 자사의 차세대 캐드시스템 ‘스마트마린 3D’ 등 80억 여원 상당의 소프트웨어를 기증했다. 조선해양 분야 현장 실무 중심의 교육 지원을 통해 삼성중공업 등 기존 고객과 유대를 강화하는 한편, 대학 재학생인 예비 조선인력에 대한 자사SW 이용을 확대해 미래 고객을 확보해나간다 것이 인터그래프의 계산이다.
◇IT산업클러스터링 효과기대=액센츄어 KDC는 기존 액센츄어의 비즈니스인 경영 및 IT컨설팅에서 IT아웃소싱, 신규 콘텐츠 개발까지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관련 센터는 현재 지역 IT기업, 대학, 기관 등과 접촉하며 스마트폰 앱 개발 등 사업 전개 분야를 타진 중에 있다.
정석찬 동의대 교수는 “본사 차원의 고객 밀착, 사업 다각화 등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다각도의 포석일 것”이라며 “부산으로서는 지식기반형 고부가가치 산업 활성화, 고용창출, 그리고 IT산업의 클러스터링 효과 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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