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칼럼]21세기 생산의 새로운 3요소

 내생적 성장을 강조하는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을 개발하여 유명한 미국의 경제학자로 폴 로머가 있다. 전통 경제학에서는 토지·노동·자본을 생산의 3요소라고 했지만 폴 로머는 이제 새로운 생산의 3요소가 이를 대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른바 재료(things), 사람(men), 아이디어(ideas)다.

 21세기 들어서는 원료나 기술이 없어서 물건을 못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없어서 물건을 못 만들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과거와는 달리 물건을 상대적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는 지식을 말하는데, 소프트웨어·콘텐츠·데이터베이스 같은 컴퓨터 코드 형태로도 얼마든지 저장이 가능하다.

 폴 로머는 자본주의의 성장이론을 요리에 비유한 적이 있다. 요리를 하려면 음식재료는 물론이고 요리 도구와 요리 방법도 필요하다. 요리 방법이 서투르면 좋은 음식재료와 도구에도 불구하고 형편없는 음식이 나온다. 물적 자본에 해당되는 냄비와 프라이팬, 원료에 해당되는 양념은 우리가 사용하는 물질이고, 우리의 두뇌와 신체는 사람에 해당된다. 반면에 문장이나 그림, 사진으로 만들어진 요리방법인 레시피(recipe)는 아이디어에 해당된다.

 피터 드러커는 시대에 따라 역사를 구분하면서 자본의 시대, 노동의 시대, 지식의 시대로 나눈 바 있다. 이에 대구대 총장을 역임했던 이재규 교수가 자본의 시대의 앞 시기를 다시 둘로 나누어 전부 다섯 시대로 나누었다.

 고대와 중세가 근육의 시대라면, 15세기 르네상스부터 산업혁명 이전까지는 과학의 시대다. 그리고 18세기 중반 산업혁명부터 19세기 후반까지가 자본의 시대라면,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후반까지는 노동의 시대였다. 그리고 20세기 후반부터 지금까지는 지식의 시대였다.

 이러한 시대 구분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식의 시대 다음으로 오는 21세기는 과연 어떤 시대일까. 아이디어의 시대, 꿈의 시대, 상상력의 시대, 통섭의 시대, 통찰력의 시대, 열정의 시대 등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이를 종합해 볼 때 앞으로의 시대가 아이디어의 시대인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 첨단 기술은 계속 발달되겠지만 현재의 기술만으로도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많이 만들 수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에 해당되는 기술을 소싱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꼭 첨단기술이 아니더라도 조그만 기술을 가지고도 고객을 행복하게 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얼마든지 제공해줄 수 있다. 이른바 고객 행복기술이다. 정말로 뛰어난 기술을 만든다고 해서 항상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혁신의 저주가 일어날 수도 있다. 이제는 고객을 행복하게 하는 소소한 기술을 개발하여 혁신의 축복을 누려야 한다. 이처럼 기술은 아이디어의 노예다.

 이성은 열정의 노예라는 말이 있다. 음식을 다룬 어떤 영화에서는, 요리사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요리를 하는지에 따라 그 음식을 먹은 사람이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배탈이 나기도 한다.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이 고객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하려는지가 중요한 이유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이사 겸 이마스 대표 mjkim896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