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현장]오해석 IT특보 현장 방문 동행기

[창의현장]오해석 IT특보 현장 방문 동행기

 “기술을 더 활용할 분야가 많지 않겠습니까. 가령 자동차 쪽만 보지 말고 집 안에서 쓸 수 있다면 수요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해석 청와대 IT특보) “좋으신 의견입니다. 개발 당시에 자동차 쪽만 고민했는데 듣고 보니 새로운 수요가 더 많을 듯합니다.(조용주 건설기술연구원장)

  지난 18일 경기도 고양시 건설기술연구원 대강당. 오해석 IT특보와 조용주 원장은 최근 건설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유리창 내비게이션과 관련해 예정된 시간을 넘길 정도로 열띤 논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는 오해석 특보가 요청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오 특보는 연구원이 개발한 유리창 내비 개발을 격려하고 이를 국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자 경기도 고양까지 한달음에 달려 왔다. 그만큼 기술의 잠재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건설기술연구원 첨단교통실에서 국산화에 성공한 유리창 내비 ‘HUD(Head Up Display)’는 원하는 운전 정보를 자동차 앞 유리에 시각적으로 표시해주는 기술이다. 운전자 시선 이동이 없어 안전 운전에 도움을 주며 전 세계에서 3,4개 자동차 업체만 원천 특허를 가질 정도로 경쟁력을 갖췄다. 연구원은 4개년 국책 과제로 독자적으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오 특보는 실제 기술을 확인하고 싶었고 특유의 호기심으로 여러 질문을 쏟아냈다. 연구원에서는 원장을 포함해 개발단장, 연구원, 협력업체까지 참석해 답변에 나섰다. 직접 자동차에 시승해 제품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폈다. HUD를 장착한 자동차를 직접 운전할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오 특보는 “기술 이전, 경제성 등 몇 가지 해결할 문제가 남았지만 유리창에 원하는 정보를 보여 줄수 있다면 활용 가치가 클 것”이라고 확신했다.

  미처 연구원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도 끄집어냈다. 상용화까지 걸림돌, 특허와 같은 법률적인 문제, 다른 분야로 활용했을 때 예상되는 점까지 단순한 참관 목적이 아니라 실제 시장에서 부딪칠 수 있는 현실적인 사안을 거론했다. 연구원에서도 개발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과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과제 등을 건의했다. 연구원에서는 역시 ‘부족한 예산’을 제일 먼저 꼬집었다. 국책 과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세계적인 기술이지만 단 20억원만으로 국산화에 성공했다”며 “좀 더 과감한 예산 지원이 이뤄졌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제품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산업계와 공조도 강조했다. 조 원장은 “이 기술이 저변화하기 위해서는 연구원보다는 관련 기업에 빨리 기술 이전을 끝내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 나가는 게 국가적으로 보탬이 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한 시간 남짓 오 특보는 의견을 청취하고 제품을 훑어봤다. 형식적인 방문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점을 듣고 기탄없이 본인 의견을 제시했다. 의견을 받고 지시하는 일방적인 자리가 아니라 소통의 자리라는 느낌이었다. 연구원도 상투적인 이야기는 거두절미하고 국가 기술력을 위해 정말 필요한 현실적인 사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건의했다.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때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오 특보는 “산업계는 물론 연구기관 등의 국가 기술력은 결국 보이지 않는 현장에서 흘린 땀과 노력의 결과”라며 바삐 다음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