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녹색정책 현장 지휘자 CGO가 뛴다 <하>개선해야할 점은

 녹색성장책임관(CGO) 제도 도입 3년차.

 당초 계획처럼 CGO는 기관별 녹색성장 정책을 총괄하며 지역 시민단체와 경제·산업계 및 학계·연구계 등 각계각층과 소통함으로써 국가차원의 녹색성장 정책을 구체화하고 있다. 하지만 성과 이면에는 현실적인 벽이 여전히 존재한다.

 대부분 겸임직책이라는 한계와 전문성 부족, 구체적인 장기 계획 수립 미비에 따른 업무의 지속성 결여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녹색정책 자체가 지속 가능 성장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CGO직은 여전히 한시적이고 ‘덤’으로 하는 자리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창원 녹색성장위원회 녹색성장기획팀 국장은 “CGO가 겸임직이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지만, 녹색성장은 환경·산업·교통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이 연계되고 이를 따로 떼어내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라며 “현실적으로 지자체의 모든 사업을 관할하는 기획실에 CGO를 두고 그 밑에 전담조직을 둬 업무를 처리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녹색성장 정책이 추진된 3년 동안 제도적 인프라 구축 및 국제사회에서의 녹색리더십 강화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지방의 녹색성장 활성화에 다소 소홀했다고 최 국장은 털어놨다.

 최 국장은 “대한민국 전역의 녹색생활 활성화를 위해 지방 CGO 역할이 중요하며, 올해 중앙 정부에서는 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녹색성장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활성화 방안을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마련 중이며, 녹색성장위원장이 직접 지방 CGO들을 방문해 개선사항 등 의견수렴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녹색위는 중앙 정부에서 지자체까지 이어지는 체계적인 녹색성장 사업추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방CGO들과 호흡과 보폭을 맞춰나갈 계획이다. 녹색성장 사업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 소통을 신속히 하고, 지방 재정의 한계로 사업추진에 애로가 있는 것을 파악해 이를 중점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지역발전 계획에 녹색개념을 적용하면 예산 확보에도 힘을 실어주겠다는 구상이다.

 국내 대학 최초로 지난 2009년부터 녹색경영임원(CGO)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허탁 건국대 부총장은 “정부의 녹색성장책임관과 기업에 두는 녹색경영임원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CGO를 둠으로써 그동안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르던 녹색성장 부문에 대해 이해를 높이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는 장점은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허 부총장은 “CGO 제도를 통해 각계각층에서 녹색성장을 고민하게 되고, 새로운 녹색성장 아이템을 발굴할 뿐더러 이를 실제 사업에 적용하는 사례들도 늘어나고 있다”며 “CGO 제도를 통한 관심이 모여 녹색성장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허 부총장은 “하지만 아쉬운 점은 기업과 정부 모두 녹색성장 사업에 따른 결과물을 너무 단기간에 얻으려 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라며 “장기 계획과 함께 중·단기 계획을 수립해, 짧게만 보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사업을 추진하려는 자세가 보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앙 정부·지자체의 CGO 역할 강화와 관련해서는 독립 예산 배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는 CGO를 겸하고 있는 기획조정실이나 정책기획실의 예산으로 CGO 활동까지 하고 있다. 독자적인 사업 기획과 추진이 사실상 막힌 구조다. 실제 16개 광역시·도 CGO에 독자적인 예산이 편성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녹색성장이 각 분야에 스며들어야 할 개념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 자체로도 사업 아이디어와 동력이 필요하다. 중앙 정부와 지자체의 CGO 예산 배정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시기에 이르렀다.

 이진호·함봉균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