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이젠 소프트파워다] <2>황금시장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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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억다운로드.’

 지난 23일 애플은 또 다른 신화를 작성했다. 온라인 애플리케이션 장터 ‘앱스토어’가 오픈 2년 반 만에 100억회 다운로드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65억 전 세계 인구보다 많은 수치다.

 현재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은 35만개를 넘어섰다. 하루 다운로드 횟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최근 하루 다운로드 수는 3000만건으로 우리나라 성인 인구와 비슷하다.

 ◇HW 압도하는 SW 시장=앱스토어 다운로드 증가 추이는 모바일 소프트웨어(SW) 시장의 폭발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애플의 아이폰 누적 판매량은 현재 1억대에 근접한 상황이다. 단순하게 소비 수요만 놓고 보면 SW가 하드웨어(HW) 단말의 100배에 달한다. 전 세계 연간 휴대폰 판매량 12억대와 비교해도 매년 배 가까이 많다. 물론 고가의 단말 매출과 비교하면 앱 매출은 여전히 미미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앱스토어의 폭발력을 감안하면 머지않아 단말 매출을 압도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내다본다. 이미 소니, 닌텐도 등 일본 콘솔게임업체는 SW 매출이 HW 매출을 넘어섰다.

 세계 시장도 SW 역전현상이 두드러진다. 시장조사기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SW 시장은 1조300만달러다. 7700억달러 규모인 HW 시장을 무려 3000억달러나 앞질렀다.

 모건스탠리는 전 세계 애플리케이션 시장 규모가 지난해 68억달러에서 2013년에는 295억달러로 네 배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작지만 강한 수익률=무엇보다 SW의 매력은 매출보다 수익성이다. 휴대폰 단말기의 영업이익률이 10%를 넘기 힘들지만 SW는 30% 안팎에서, 많게는 50%에 달하기도 한다.

 지난 2008년 기준으로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 매출액은 1조4400억엔으로 자동차업체 도요타(12조8000억엔)의 10%에 불과했다. 하지만 사원 1인당 매출액은 닌텐도가 9억9000만엔으로 도요타(1억7400만엔)를 5배 앞질렀다. 닌텐도 사원 1인당 당기순이익은 1억3200만엔으로 도요타보다 8배나 많았다.

 사정이 이쯤 되자 소니는 PS3 단말기를 제조원가보다 10%가량 싸게 팔기도 한다. 단말기가 많이 보급되면 수익성이 높은 게임 SW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단말에서 밑지고 SW에서 메우는 식이다.

 애플도 비슷한 수익구조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앱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유료 앱의 매출 가운데 30%를 애플이 수수료 형식으로 가져가기 때문이다.

 ◇한국 모바일SW 시장도 꿈틀=SW산업은 실업률 증가로 최근 화두로 떠오른 일자리 창출이나 창업에서도 HW를 압도한다. 한국 SW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매출 10억원당 16.6명으로 제조업 7.6명의 배가 넘는다.

 지난해 스마트폰 열풍을 겨냥한 1인 창조기업 창업도 큰 폭으로 늘어 SW 관련기업이 500개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기도 했다.

 모바일 앱 시장의 개방성은 1인 창조기업이나 중소기업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아이폰 앱스토어의 경우 국산 앱이 지난해 11월 7475개로 급증한 데 이어 조만간 1만개를 돌파할 전망이다.

 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 등 대기업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KT와 SK텔레콤이 나란히 ‘올레마켓’ ‘T스토어’ 등의 오픈마켓을 새 단장하고 앱이나 콘텐츠 서비스 경쟁에 돌입했다. LG유플러스는 아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직접 론칭하기도 했다.

 이들 통신사는 최근 스마트폰, 태블릿PC, 데스크톱PC, TV 등 다양한 ‘스크린’에서 하나의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N스크린’ 시장에 잇따라 포문을 열었다. 킬러 콘텐츠와 앱 확보전이 그만큼 뜨거워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삼성전자·LG전자 등 휴대폰 단말제조사 역시 자체 앱스토어 구축과 운영에 한창이다. 이들 역시 다양한 모바일기기와 스마트TV 등에서 HW에 이은 SW 비즈니스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정부도 차세대 모바일 플랫폼 개발 등 모바일SW 시장 활성화에 본격 나섰다.

 백인수 한국정보화진흥원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모바일 OS 시장 활성화와 SW산업 급성장에 이어 벤처캐피털 투자 증대, 인프라 투자와 같은 모바일 선순환 생태계가 성공적으로 구축됐다”며 “IT강국 코리아가 모바일SW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선순환 에코시스템(생태계) 마련에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