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회 시즌이다. 새해 굳은 우의와 팀워크를 다지는 한국인의 신년회 자리에선 빠질 수 없는 것이 노래방. 헌데 노래방이 심히 불편한 사람들이 있다. 도무지 열심히 해도 음을 잘 맞추기 어려운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음치’라 부른다.
음치가 사람의 얼굴을 잘 못알아보는 얼굴인식장애와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유사성을 보인다는 연구가 나왔다. 과학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최신호는 음치와 얼굴인식장애가 모두 ‘감각은 인지하지만 인지된 감각을 상위 감각지식으로 연결하지는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보도했다. 뇌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있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전달해주지 못한다는 얘기다.
음치의 특징은 정작 본인 스스로는 정확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음치는 멜로디의 특정한 음이 음조나 키에서 벗어나는 것을 인지할 수 없다. 음치의 원인은 음악소리라는 감각신호와 음악인지라는 전체 그림 사이를 연결하는 신경망의 이상에 기인한다. 이렇게 보면 음치는 인지불능의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음치를 대상으로 한 뇌파검사실험에서 음치가 아닌 정상인들은 음조나 화음에서 벗어난 불협화음에 대해서 대략 200ms 후에 반응을 보였다. 음치를 대상으로 한 똑같은 실험에서 음치들 역시 정확히 똑같은 반응했다. 음치들의 뇌 역시 정상인이 불협화음을 인지하는 것처럼 불협화음에 민감하게 반응한 셈이다.
문제는 대략 600ms 근처에서 나타나는 후반응이 음치들에게서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후반응이 불협화음의 인지를 뇌의 상위영역에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뇌의 상위영역은 불협화음의 지각을 인지하는 부위이다.
인지불능의 또 다른 예로 얼굴인식장애가 있다. 얼굴인식장애는 말 그대로 얼굴에 대한 지식의 결핍이다. 심각한 얼굴인식장애자는 본인의 얼굴조차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그런데 음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얼굴인식장애도 기본적인 감각인지능력은 갖고 있다. 즉 음치나 얼굴인식장애 모두 ‘알지만 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