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원장 이유종)이 글로벌 히든챔피언을 목표로 뛰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의 든든한 화력지원 부대로 새 옷을 갈아입고 있다. 올해 KTL은 △신성장동력산업 시험인증 강화 △국가 R&D 시장화 제고 △중소기업 지원기능 강화 등으로 수출전선에 나설 국내 중소기업의 핵심기술 확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08년 부임 후 이유종 원장이 주력한 부분은 시험인증 시스템의 체계화. 기업의 넘쳐나는 시험인증 수요를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감당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올해를 기점으로 고객서비스 통합전산망이 완성되는 만큼 이젠 고객 기업의 다양한 시험인증 요구에 대응하는 것과 함께 KTL의 성장도 함께 도모한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신재생에너지·항공·첨단소재 등 신성장산업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워 글로벌 시험인증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이유종 KTL 원장의 새해 운영전략을 들어봤다.
-외부 및 내부 측면에서 KTL이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요.
▲우선 조직과 시험인증 체계 정리로 본격적인 성장 기반을 닦았다는 점입니다. 시험인증은 무엇보다 접수에서부터 결과까지 일련의 과정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KTL은 지난해부터 ERP와 연계해 고객 중심의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했습니다.
견적·신청에서 수납 관리, 업무 진행사항의 모니터링은 물론이고 성적서 및 시험 자동화, 자동 합부 판정 등으로 처리 기간도 대폭 단축했습니다. 그동안은 고객의 시험·인증 요구를 시험원이 다 수용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는 저희 직원들의 피로로 이어졌고 다시 고객의 요구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갖춘 만큼 올해는 글로벌 인증기관 도약에 집중할 것입니다.
고객 무방문 서비스 체계도 고도화할 것입니다. 예약상담제를 정착시키고 온라인 성적서 발급시스템 구축, 온라인 결제시스템 등도 확대할 것입니다. 여기에 서비스 이용 내용, 유형 등을 고객별로 분석하고 고객이 필요한 정보와 시험서비스 등을 연계해 맞춤형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시험·인증 체계 고도화로 기관 운영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인증사업 부문에서 무엇을 중점 목표로 삼고 계신지요.
▲2011년도 기관 운영의 주요 방향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 △글로벌 경쟁력 강화 △고객감동 실현 △시스템 경영 내재화의 4대 전략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저희 시험원은 고객만족도 상위 20% 달성, 임직원 직무만족도 20% 제고와 사업수익 연평균 13% 성장, 사업이익률 13%를 달성할 것입니다.
특히 신성장동력 산업의 시험인증 강화는 KTL의 차별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신재생에너지가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는데 사실 이러한 신산업 분야는 민간시험인증기관이 매우 꺼려합니다. 앞서 시험을 실시한 벤치마킹 모델도 없을 뿐더러 관련 시장도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향후 차세대 먹을거리를 발굴한다는 차원에서 신성장 분야의 전문화된 시험·인증체계를 구축해 국가 경쟁력 강화를 도울 예정입니다. 물론 신성장분야만 챙긴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는 정부 산하 시험·인증기관으로 민간과 겹치는 사업은 가능한 축소한다는 의미입니다. 굳이 첨단산업이 아니더라도 수익성 차원에서 민간이 꺼려하는 간단하고 범용적인 시험·인증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의 R&D 및 시험인증의 문제점과 이의 해결방안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우선 국가 R&D 사업의 상품화율 확대가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GDP 대비 R&D 투자비용은 2.98%로 일본의 3.33%보다는 뒤지지만 미국(2.62%), 독일(2.51%)보다 높습니다. 하지만 기술이전율은 24.2%로 유럽(46.8%), 미국(35.9%)에 한참 뒤집니다. R&D 성공률은 83.3%지만 사업 성공률은 44.2%로 절반에 머문다는 수치가 우리나라의 현실을 말해줍니다.
이는 연구단계에는 자금과 전문인력이 들어오고 제품화 단계에서는 모두 떠나버리는 기술개발 풍토 때문입니다. 기술개발이 목적이 아닌 시작부터 목표시장을 정하고 이에 맞게 기술개발의 방향을 잡아주는 컨설팅이 필요합니다. A제품이 해외 시장 판매를 목표로 한다면 소재는 무엇을 사용해야 하고 신뢰성과 안정성 등은 어느 정도 선까지 맞춰야 하는지 등을 미리 대비하는 식입니다.
구체적으로는 R&D 과제별로 적합성 평가 관련 사항 보고를 의무화하고 소요비용을 과제 예산에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선 시장의 요구 수준에 정통한 시험인증기관이 평가에 참여해야 하며 그 역할을 KTL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핵심기술을 보유한 히든챔피언 육성이 요구되고 있는데 이를 위한 별도의 중소기업 지원 방안이 있으신지요.
▲신뢰성 있는 인증으로 국내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을 마음 놓고 개척할 수 있도록 해외지원을 강화할 것입니다. 국제인증정보 포털시스템으로 해외인증 종합정보를 제공하고 수출 상대국의 인증획득을 위한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특히 올해는 해외 시험·인증 시장 진입 인프라 구축에 힘쓸 것입니다.
현재 설치 중인 중국 시험소는 조기 정착과 함께 공인시험소 지정으로 현지 진출 국내기업의 밀착지원에 나서는 한편 동남아시험소 구축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것입니다. 또 중앙아시아·아프리카 등 신규지역에서의 MOU로 시험·인증 해외 네트워크를 44개국 91개 기관에서 50개국 100개 기관으로 늘릴 것입니다.
지방 중소기업 지원도 챙겨야 할 부분입니다. 그동안 국내 지방 중소기업은 수도권·경기 인근 기업에 비해 시험연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이를 권역별 특성화 산업을 중심으로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강원권은 의료기기, 호남권은 탄소저감, 충청권은 융합IT, 동남권은 조선·항공 등을 중심으로 지원체계를 갖출 것입니다. 이 밖에 시험인증 부적합품의 개선대책 기술지원과 기업 현장인력 대상으로 한 시험인증 교육프로그램도 확대해 나갈 방침입니다.
-올해 KTL을 이끌어 갈 핵심가치 하나를 꼽으라면 무엇인지요.
▲단 하나의 가치를 꼽으라면 역시 ‘고객만족’일 것입니다. 통합전산망을 구축해 처리기간을 단축하고 해외 인증기관과의 MOU로 신뢰성을 확보해가는 노력도 같은 이유입니다.
조직의 윤리 건전성도 지속적으로 챙겨나갈 것입니다. 대내적으로는 윤리경영, 반부패·청렴체계를 강화하고 내부통제 내실화 및 감사의 효율성을 제고할 것입니다. 대외적으로는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칠 예정입니다. 기관 고유기능을 연계하면 표준나누기, 중소기업직원 기술교육에서부터 취약계층 대상 보일러, 전기기기, 의료기기 점검 및 수리 등의 봉사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원가관리 및 사업별 책임경영제 도입으로 비용의 지속적 절감 및 투자재원 전환으로 경영효율화와 자립기반을 제고할 방침입니다.
한 가지 더 바람이 있다면 기관 운영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조금은 융통성이 있었으면 합니다. 저희뿐만 아니라 지원기관 모두가 그러하겠지만 매번 인력부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업무프로세스나 시스템 개선으로 어느 정도 해결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게 마련입니다. 수익과 성과에 따른 직원 임금변화나 인력충원 등 필요한 부분에서는 제한적이더라도 기관별 자율권을 확보해줬으면 합니다. 그래야 기관별로 ‘고객만족’을 위한 노력의 여유도 생길 것입니다.
◇차세대 기술 인증 강화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하자=지난해 지식경제부는 ‘세계적 전문 중견기업 육성전략’을 짠 바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양분된 한국 산업은 세계 경제대국에 비해 산업의 허리라인을 담당하는 중견기업층이 얇다는 이유에서다. 대·중·소기업 간의 연결고리를 확보하고 향후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중견기업을 양성한다는 이 전략에는 부품·소재 부문 핵심기술 발굴을 통한 히든챔피언 양성이라는 핵심목표를 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신성장동력 분야 시험·인증을 강화하겠다는 KTL의 올해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이미 굴지의 부품소재 강소기업이 아성을 떨치고 있는 기존 산업보다는 이제 막 시장 개화를 앞두고 있는 신산업에서 승부를 거는 것이 좀 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KTL은 신성장동력 산업의 시험평가 기반을 구축하고 국가 주력산업 시험평가 및 표준화 역량을 확보해 미래기술 성장을 지원한다는 목표다. 시험원이 꼽고 있는 대표적인 신성장동력 산업은 신에너지 분야, 항공, 첨단소재, 첨단의료 등이다. 신에너지 분야에서는 태양광 인버터, 및 모듈인증 지역기반 확대, 태양광 설비 수명평가를 사업화해 태양광 관련 전문성을 갖추고 연료전지, 그린자동차 설비 분야로 그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저탄소 녹색환경기술 개발 지원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이끌고 지능형 전력망인 스마트그리드 관련 적합성 평가와 인증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각 분야에 대한 국제동향에 따른 인증기준과 제도를 마련해 시장을 선점한다는 복안이다.
항공기 부품·소재에선 경량항공기 엔진 및 기체 인증체계 구축과 함께 스포츠급 경량항공기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첨단소재 분야에선 파인세라믹스 원료 시험평가 기술 개발과 표준화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 밖에 의료기기 분야에선 오송 및 대구시 첨단의료복합단지 운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국제 수준의 동물실험 시스템 등 단지 내 첨단 시험검사시설 구축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전시와 융·복합IT 제품의 신뢰성을 평가하기 위한 ‘IT 종합검증지원센터’ 설립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전시 대덕테크노밸리 내 글로벌R&D센터에 위치할 예정으로 여기서는 융·복합IT 제품이 혹한·혹염 등 여러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가동되는지 검증하는 신뢰성 평가를 포함해 기업체 수요에 맞는 다양한 시험·인증·연구개발을 추진하게 될 예정이다. 특히 IT는 컨버전스 트렌드에 맞춰 거의 전 산업과 융합되고 있는 만큼 지리적 중심지인 대전에서 다양한 분야에서의 인증지원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다.
이유종 원장은 “신성장동력 기술에 대한 인증은 이 시장을 개척하려는 기업에게 가장 기초적인 무기를 주는 것과 같다”며 “미래 먹을거리 산업을 국내 중소기업이 주도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종 원장은=‘중소기업 핵심기술 확보의 영원한 우군’
이유종 KTL 원장(53)은 국내 중소기업의 핵심기술 확보를 입버릇처럼 외치는 인물이다. 1978년 행정고등고시 사무관 임용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2년 당시 산업자원부 중소기업청 부이사관을 시작으로 중소기업청 국장, 부산울산지방중소기업청장 등을 거치면서 누구보다 중소기업의 숨결을 가깝게 느껴왔다.
2008년 KTL의 새 사령탑을 맡으면서 “30년 공직생활의 경험과 노하우로 국내 산업 관련 시험·인증 수준을 세계 기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말한다. 그는 2년 반이란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글로벌 인증기관과 MOU를 교환하고 인증체계를 개편하는 등 보다 신속하고 신뢰성 높은 인증서비스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국내 중소기업의 글로벌화 과제가 품질 인증과 직결돼 있음을 목에 익혀온 이유종 원장은 “KTL 인증의 글로벌 신뢰성 상승은 곧 중소기업 해외진출의 토양을 마련하는 것과 같다”며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성공 중소기업 탄생의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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