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 골프세상]당이치기-초치기

 시험을 앞두고 하루 전에 밤샘 공부를 하는 것을 ‘당일치기’, 시험 보는 당일 아침 시험 시작 전에 중요한 사항들을 마구 외워대는 것을 ‘초치기’라고 한다. 이는 시험뿐 아니라 골프 라운딩에서도 사용되는 용어다. 일요일 오전에 중요한 라운딩이 있을 때 하루 전인 토요일, 연습장에 가서 서너 시간 볼을 때리는 것이 대표적인 당일치기 골프다. 오전 10시 티오프일 때 오전 7시에 골프코스 근처에 있는 연습장에 도착해서 1∼2시간 볼을 때리면서 몸을 푸는 것이 대표적인 초치기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시험을 볼 때는 당일치기 혹은 초치기가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지만 골프에서는 어떨까? 과연 통하는 것일까?

 라운딩 전날 연습장에서 서너 시간 볼을 때리면 그 다음날 볼이 잘 안 맞는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일이다. 이상하게도 연습장에서는 그럭저럭 맞아나가던 아이언 샷들이 실제 필드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다. 드라이브 샷도 마찬가지다. 스포츠 생리학의 연구에 따르면 서너 시간 볼을 때리고 났을 때, 근섬유(muscle fibril)와 인대(ligament)에 부분적인 파열로 인한 미세한 열상이 생겨서 그 다음날 운동 능력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30∼40분이라면 모를까 한 시간 넘게 볼을 때리면 손해는 있을 망정 이익은 없다. 경험적으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프로골퍼들은 연습장에서 하루에 7∼8시간씩 볼을 때리는데도 불구하고 근육과 인대에 손상이 없다. 이는 꾸준한 연습으로 인해서 이미 근육과 인대가 그런 환경에 적응한 것이다. 게다가 실제 대회에서 라운딩을 할 때는 드라이브 샷 14개, 아이언 샷 17개, 웨지 샷 2∼3개 정도밖에는 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실전 라운드에서는 근육 손상이 일어날 여지가 없다.

 초치기는 어떨까? 대체적으로 라운딩 시작 전에 가볍게 몸을 풀면 실전에서 샷이 좋아진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프로선수들도 라운딩 시작 전에 1시간 정도 드라이브 샷, 아이언 샷, 웨지 샷, 퍼팅 등으로 몸을 푼다. 그러나 미국 골프잡지에서 실험을 했다. 핸디캡이 비슷한 60명의 골퍼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서 한 그룹은 라운딩 시작 전에 1시간 동안 몸을 풀었고, 다른 그룹은 스트레칭만 하고 바로 라운딩에 들어갔다. 또 다른 그룹은 스트레칭도 없이 바로 플레이를 시작했다. 실험 결과는 정말 이상했다. 몸을 풀든 안 풀든 스코어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 다만 스트레칭을 한 그룹과 스트레칭을 하지 않은 그룹에서는 약간의 차이(약 2.6스트로크)로 스트레칭을 한 그룹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 결과를 볼 때, 2시간 먼저 연습장에 도착해서 몸을 푸는 것이 별 도움이 되지 않지만 스트레칭을 하는 것은 드라이브 샷이나 아이언 샷에 약간의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 볼 때나 골프를 할 때나 당일치기, 초치기는 그만 하시라. 대신 평소에 꾸준히 공부를 하는 것처럼 꾸준히 연습을 하면 스코어가 줄어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