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휴대폰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스마트폰 열풍으로 점유율 순위가 뒤바뀌더니 작년 4분기 들어 중국의 휴대폰 제조사 ZTE가 사상 처음으로 4위로 진입하며 휴대폰 시장에서도 `중국의 힘`을 과시했다.
노키아가 실적 부진에도 글로벌 넘버원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것도 중국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어서 앞으로 `중국`이 본격적인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출하량 기준 글로벌 톱5 휴대폰 기업에 중국 기업 ZTE가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중국 휴대폰 업체가 5위 안에 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ZTE는 지난해 총 5180만대 휴대폰을 쏟아내 노키아(4억5300만매), 삼성전자(2억8000만대), LG전자(1억1800만대)의 뒤를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작년 4분기 점유율은 4.2%며 연간 점유율은 3.7%다.
5위는 아이폰4를 출시하며 `대세`로까지 인식된 애플이다. ZTE는 애플(연간 점유율 3.4%)의 돌풍마저 잠재운 셈이다. ZTE가 처음으로 `휴대폰 업체 톱10`에 진입한 것은 2008년. 존재감을 드러낸 지 3년 만에 모토롤라, 소니에릭슨과 블랙베리마저 제치고 4위로 수직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ZTE는 한국 등 선진 시장에서는 출시하지 않았지만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 등 개도국에서는 40~50달러짜리 저가폰으로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ZTE가 5위권에 새로 진입할 수 있었던 건 스마트폰 수요에 힘입어 휴대폰 시장이 전반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 휴대폰 시장 규모는 2010년 4분기에만 전년 동기 3억4050만대보다 17.9% 성장한 4억140만대를 기록했다. 2010년 연간으로는 13억9000만대를 기록해 2009년 11억7000만대보다 18.5% 증가했다.
여기에 최근 ZTE 등 중국 제조업체들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을 선보이면서 `중국=저가, 저질폰`이란 이미지마저 떨쳐버리려 하고 있다는 점도 힘이 됐다.
IDC 측은 "시장 성장이 스마트폰 공급 업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주목된다"며 "신흥시장에서 주로 저가 피처폰을을 판매하는 ZTE가 2010년 4분기에 전체 휴대폰 판매량에 있어 4위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ZTE의 부상은 중국 시장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증거다. 앞으로 중국 시장을 확보하지 못하면 성장 가능성이 불투명해진다는 뜻이다.
실제로 중국의 글로벌 휴대폰 시장 비중이 26.1%(2010년 3분기 기준)에 달하는 등 미국(11.3%), 인도(10.2%)를 압도하는 규모를 나타냈다.
노키아가 시장 점유율은 떨어졌지만 1위를 지키고 있는 것도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나타낸다. 노키아는 스마트폰에서 약세를 보이며 시장 점유율은 4.3%포인트 하락했지만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글로벌 휴대폰 업체 중에서는 노키아가 점유율 하락(2009년 36.9% →2010년 32.6%)을 막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1위 노키아와 점유율 격차를 줄이고(17.5%→12.4%) 3위와는 격차를 벌려(9.3%→11.8%) `독보적 2위`로 위상을 확고히 했다. LG전자는 부진(8.4%)했지만 3위를 유지했으며 모토롤라와 소니에릭슨은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스마트폰 블랙베리를 생산하는 림(RIM)은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4위를 기록했으나 4분기 들어 부진을 거듭해 5위권 안에 들지 못했다.
IDC 측은 "모토롤라, 림(RIM), 소니에릭슨은 지난해 빠르게 성장하는 스마트폰 시장에만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 5위권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분석했다.
케빈 레스티보 IDC 연구원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신흥시장 수요가 많은 저가 일반폰이 업계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풀이했다.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최순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