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기관장에게 듣는다]<17>김승식 유통물류진흥원장

[새해 새설계-기관장에게 듣는다]<17>김승식 유통물류진흥원장

 “유통은 모든 산업의 인프라입니다. 산업의 핏줄과 같습니다. 전체 경제를 돌게하는 중심축입니다. 결국 유통물류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경제 전체를 튼튼하고 건전하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김승식 유통물류진흥원장(60)은 “올해는 RFID/EPC·데이터 바코드·모바일 등 그동안 추진했던 표준이 상용화하고 시장에 안착하는 원년”이라며 “이에 따라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유통물류 분야의 비중은 물론이고 진흥원 위상도 확실히 달라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유통 정보화가 눈에 보이는 시스템에 집중했다면 올해부터는 눈에 보이지 않는 표준 수립과 정착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부의 가장 큰 현안인 물가 안정과 관련해서도 유통망 개선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장은 “물가 안정과 관련한 다양한 해결책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유통 비용을 축소하는 것입니다. 표준·신기술·시스템 구축을 통해 물류비를 줄이면 그만큼 회사 전체 비용을 낮추고 이는 제품 가격을 인하해 물가를 안정화할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올해 진흥원 사업 목표로는 △중국 등 해외 시장 진출 지원 △모바일 등 신유통 채널 보급 △유통물류시스템 고도화 △글로벌 표준 정보 지식의 확산 등을 꼽았다. 김승식 원장이 말하는 유통물류산업의 현재와 미래, 올해 진흥원의 중점 사업 운영 방안 등을 들어봤다.

 

 -유통산업이 점점 기업화·대형화·첨단화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산업계에서 주목해야 할 유통물류 분야에서 중요한 현안은 무엇입니까.

 ▲유통은 수많은 제조·물류·소매 기업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비즈니스 프로세스입니다. 소비자 요구가 다양화해지면서 시장도 한층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이 필요한 산업입니다. 유통산업 특성을 고려할 때 앞으로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시장에 재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숙련된 인재입니다. 또 하나는 글로벌 표준 기반의 유통 정보화 시스템입니다. 해외 상품 소싱 비중이 높아지고 수출 비중이 더욱 커지면서 표준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유통산업에서 무엇보다 IT가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시장에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패스트 리테일링(Fast Retailing)’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신속 정확한 시장 대응 체제를 갖추는 게 기업 성공의 관건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효율적인 공급망 시스템이 갖춰져야 합니다. 또 고객층에 따른 상품 다양화를 위해서는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효율적인 프로세스와 상품 관리를 위한 코드와 IT시스템이 필수입니다. 여기에 국내 시장에 포화하면서 국내 유통기업도 해외로 나가야 합니다. 시장 선점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시스템이 전제돼야 합니다.

 -유통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유통물류진흥원 역할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진흥원이 역점을 두는 분야는 무엇입니까.

 △크게 네 가지입니다. 먼저 글로벌 표준 기반의 유통 시스템 인프라를 제공하는 일입니다. 두 번째는 국제 표준기구(GS1)와 협력, 유통 정보 지식의 전파입니다. 세 번째는 국내외 유통 시장과 정책 연구를 통한 유통 선진화 지원입니다. 마지막으로 신흥 국가 등 유망 시장을 집중 연구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일입니다.

 -올해 진흥원은 대한상의와 통합 출범한지 3년을 맞았습니다. 진흥원의 올해 역점 사업이 궁금합니다.

 △올해 사업 목표는 유통물류 정책 연구, 시스템 고도화, 글로벌 표준 확산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유통물류 정책 연구에서는 중국·인도 등 이머징 마켓을 비롯한 해외 시장 진출 지원 사업을 준비 중이며 모바일 커머스 등 신·구 유통 채널에 대해서도 발전 방안을 고민 중입니다. 중소 유통 경쟁력을 위해 시장 규제에 대해서도 점검할 계획입니다. 시스템 고도화는 코리안넷과 위해 상품 판매 차단시스템 등으로 기존 시스템을 시장에 적극적으로 보급하겠습니다. RFID/EPC·데이터바 등 차세대 표준 적용 기반을 확대하고 모바일 등 신유통 채널을 위한 서비스도 개발할 방침입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표준 확산을 위해 GS1/ISO 등 표준 관련 국제기구와 협력과 정보 교류를 활성화하고 국제표준 동향과 선진 활용 사례 정보 서비스를 강화하겠습니다.

 -진흥원은 수 년전부터 유통시스템 고도화 ‘코리안넷(전자카탈로그)’ 사업을 전략적으로 진행해 왔습니다. 그동안 성과와 올해 주력 분야는 무엇입니까.

 △코리안넷(KorEANnet)은 제조·유통업체가 상품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국제표준 기반으로 구축한 전자카탈로그입니다. 지난해까지 제조업체 9596개에 상품 130만 여건이 등록을 마쳤습니다. 또 표준 바코드 생성에서 코리안넷 상품정보 등록까지 일괄 지원 가능한 원스톱 상품 정보관리 프로그램도 개발을 마친 상태입니다. 올해는 코리안넷 상품정보 데이터의 품질을 높이고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 제조·유통업체로 확산할 계획입니다.

 -2011년은 ‘위해 상품 판매 차단시스템’ 보급 원년이라고 들었습니다. 차단시스템이 유통시장에서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위해상품 판매차단시스템은 환경부·식약청·기술표준원 등 검사 기관이 제공한 위해상품 정보를 코리안넷을 활용해 유통업체에 실시간으로 전달해 판매를 차단하는 제도입니다. 온라인 쇼핑몰 2개를 포함해 1930개 유통업체와 1만2623개 점포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위해 상품을 차단해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 신뢰를 높일 수 있고 소비자는 그만큼 믿고 상품을 살 수 있습니다. 기업과 소비자의 건전한 상생 관계를 위한 기반 시스템입니다.

 -올해 판매시점관리(POS)시스템으로 수집한 정보를 공공 목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지난해와 비교해서 올해 달리지는 ‘POS 데이터서비스(PDS)’는 무엇입니까.

 △PDS는 유통매장에 설치된 POS시스템에서 집계된 판매 정보를 수집·분석해 유통업체에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26개 유통업체에 535개 점포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제공 유통업체 네트워크(PDS클럽)’ 운영으로 인센티브를 주고 POS 활성화에 적극 나서는 상황입니다. 지난해부터 대한상의 회원사를 대상으로 PDS 공공서비스를 위한 시범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이르면 올해 4월부터 자체 분석 시스템으로 PDS사업 참여 유통업체와 상의 회원사에 정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QR코드 등 최근 바코드 외에도 다양한 식별코드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보저장 용량의 한계로 기존 1차원 바코드도 개선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진흥원 차원에서 준비하는 새로운 바코드 체계가 궁금합니다.

 △소형 고집적 바코드로 불리는 ‘데이터바(DataBar)’ 사업을 크게 확대할 생각입니다. 이는 상품의 기본 식별코드 이외의 유통 기한·중량과 같은 추가 정보를 표시할 수 있는 차세대 표준 바코드입니다. 롯데마트·풀무원·건국유업 등이 참여해 데이터바를 활용한 신선식품 유통기한 자동관리 시범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시범 사업 결과를 점검하고 보완 후 적용 상품군은 물론이고 업체도 크게 확대할 계획입니다. 글로벌 표준을 기반으로 추진하는 만큼 기존 QR 이상의 신뢰성과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RFID/EPC사업이 비싼 태그 가격, 산업계의 저조한 참여로 기대 이하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올해 EPC 사업 목표는 무엇입니다.

 △2011년은 EPC사업의 실질적인 원년입니다. 그동안 EPC시스템을 구축하고 검증하는 기간이었습니다. 올해는 적용 분야가 크게 늘어납니다. 먼저 보급이 가능한 분야부터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항온관리가 필요한 상품에 적용 가능한 RFID 표준을 개발 중입니다. 가전·의류·의약 등 유망 산업 분야 시스템도 구축합니다. RFID 기반 정품인증 검증 서비스 모델도 준비 중입니다. 나아가 EPC의 국가표준화(KS)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유통물류 표준은 국제 간 협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어떤 국제 협력 사업을 준비 중입니까.

 △올해 가장 역점을 두는 국제사업은 ‘2020 미래SCM 글로벌 콘퍼런스’입니다. 5월경으로 예상하는데 전 세계 SCM 관련 석학을 직접 초청할 계획입니다. 국내에 앞선 SCM사례를 적극 알리고 해외에서도 본받을 만한 사례도 소개할 생각입니다. 이 밖에 2008년부터 시행한 개발도상국 유통물류시스템 선진화 지원을 위한 교육연수 프로그램을 확대합니다. 한·중·일 GS1 회원 기관 회의를 정례화해 한·중·일 유통물류시스템과 표준화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전문지식 포털인 RFID DB와 전문가 자격 시험제도 운영합니다.

 

 

 

 <박스> 김승식 원장은 누구.

 김승식 원장은 IT업계에서 드물게 육사 출신이다. 동력자원부·산업자원부를 거쳐 2004년 진흥원에 부임했으니 올해로 진흥원을 이끈 지 7년째를 맞았다. 유통물류 분야에서는 전문가로 통할 정도로 노하우와 식견을 갖췄다는 평가다. 유통과 IT 둘을 같이 아는 전문가가 드문 상황에서 유일하게 유통과 IT는 물론이고 정책까지 아우르는 팔방미인으로 통한다.

 김 원장은 진흥원을 맡으면서 국내 유통시스템을 선진화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EAN 보급은 물론이고 SCM·전자카탈로그·RFID까지 선진 유통 시스템을 알리고 구축한 일등공신이다. 한편에서는 마음고생도 많았다. 대표적인 게 바코드와 관련한 로열티 문제다. 바코드 보급과 관련해 상당한 수수료가 해외로 흘러나간다고 일부에서 비난한 것이다. 아직도 이를 믿고 있는 업체가 있을 정도로 상당한 오해를 일으켰다. 김 원장은 이에 대해 “전체 가입비의 7%정도를 기술 개발, 교육 지원 용도로 GS1본부에 납부한다”며 “이는 본부에 가입한 100여개 국가가 공통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앞으로 “우리나라를 인터넷 무역입국으로 만드는데 일조하는게 소박한 바람”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글로벌 스탠더드, 표준이 지금보다 더 확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스> 2011년 진흥원 역점 사업 ‘모바일 커머스’

 유통물류진흥원 역사는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렸던 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88년 바코드와 POS 보급을 위해 ‘유통코드센터’를 설치했다. 바코드를 관리하는 국제기구 EAN에 가입하면서 ‘국가번호880’을 부여받고 유통정보화에 두 팔을 걷어 붙였다. 91년 ‘유통정보센터’로 이름이 바뀌었으며 2004년 유통물류진흥원(GS1코리아)으로 격상됐다. 이어 2008년 지식경제부 산하에서 대한상의 통합단체로 재출범했다.

 진흥원은 본질적으로 유통기업, 더 정확하게 말하면 회원사를 위한 사업이 우선이다. 2만2000개 회원사에 SCM·POS를 포함한 다양한 시스템 고도화 사업을 벌여 왔다. 올해는 나아가 직접 소비자를 겨냥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그동안 구축한 상품DB와 시스템 노하우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모바일로 가격비교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이미 지난해 시범서비스를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진흥원이 올해 역점을 두는 모바일 커머스 사업은 스마트폰 앱을 만들고 코리안넷에 등록한 상품 정보를 기반으로 가격 비교가 가능한 서비스다.

 조회와 검색을 위한 모바일 웹을 개발해 스마트폰으로 바코드를 찍으면 온라인은 물론이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같은 상품의 가격을 비교해 준다. 진흥원은 이를 위해 유통업체와 함께 표준 DB를 재구축 중이다. 이 외에도 GS1 표준 기반으로 고가품 진품인증, 유기농산물 친환경 인증 등 RFID 기반 모바일 서비스 인프라 구축도 추진키로 했다.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진흥원으로 거듭나는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