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이후 D램 가격 약세가 계속되면서 대만 파워칩이 D램 부문을 일본 엘피다에 넘기기로 하는 등 업계에 구조조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엘피다는 파워칩 D램 공장 인수를 통해 생산력을 늘려 시장 1ㆍ2위를 휩쓸고 있는 한국 기업에 대항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 비중을 높이고 일본ㆍ대만 업체들이 따라오기 힘들도록 원가경쟁력을 향상시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엘피다가 협력 관계에 있는 파워칩 D램 부문을 2단계에 걸쳐 인수하기로 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엘피다가 3위(16.2%), 파워칩은 6위(2.7%)다. 두 회사 점유율을 합쳐도 18.9%에 그쳐 1위인 삼성전자(40.7%)와 2위 하이닉스(21%)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 신문은 우선 첫 단계로 파워칩이 자사 제품 생산을 중단하고 전량 엘피다 납품용 D램을 생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2단계로 엘피다가 파워칩 공장을 넘겨받게 된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엘피다는 2003년부터 파워칩에 D램 생산을 맡겨 왔다.
업계에서는 엘피다와 파워칩의 이번 거래를 시장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보면서도 한국 기업에 큰 영향은 주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2008년 시황 악화 때도 독일 키몬다가 파산하고 합종연횡이 이뤄지는 등 구조조정이 진행된 바 있다.
강정원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엘피다와 파워칩 시장점유율을 합쳐도 2위인 하이닉스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두 업체 모두 미세공정화를 비롯한 기술력에서 한국에 떨어진다"며 "엘피다의 생산력이 늘겠지만 기술력이 뒤져 한국 업체에 큰 영향은 주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고부가가치 메모리 생산을 강화해 엘피다ㆍ파워칩 등의 합종연횡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즉 대만 업체들과 경쟁이 치열하고 가격 등락이 심한 PC향(PC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범용 D램) 제품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품인 비(非)PC향(모바일ㆍ서버ㆍ그래픽용 등) D램 비율을 높일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원가경쟁력과 차별화된 제품, 경쟁사보다 우수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활용하고 투자도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하이닉스는 작년 말까지 D램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한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올해 70%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
한편 올 1분기에는 D램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사장은 "D램 가격 반등 시기를 2분기로 희망했는데 이보다 더 빨리 오를 수도 있을 것 같다"며 "D램 시황은 지금이 바닥"이라고 말했다.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도 "지금이 D램 반도체 시장의 바닥일 것"이라고 밝혔다.
[매일경제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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