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에서 PC나 안마의자도 빌릴 수 있네…."
주부 이현주 씨(41)는 최근 TV홈쇼핑을 시청하다가 홈쇼핑에서도 최신 고가 컴퓨터를 렌탈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오래된 컴퓨터가 마음에 안 들었던 이씨는 한 달에 2만~3만원씩 내고 컴퓨터를 빌려쓰기로 했다. 사후 관리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도 PC렌탈을 결정한 이유였다.
국내 홈쇼핑업계가 렌탈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기존에도 홈쇼핑업체들은 정수기 비데 등을 렌탈했지만 서비스 폭을 PC와 안마의자 등으로 넓히고 있다. 지난해 과장광고로 인해 홈쇼핑에서 보험판매 규제가 강화되면서 홈쇼핑업체들이 보험과 비슷한 수익모델인 렌탈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GS샵은 지난달 9일 1시간 동안 실시한 PC렌탈 방송에서 주문 상담 3500여 건을 받았다. 이어 이달까지 5가지 PC렌탈 제품을 선보이며 주문 1만3000건을 접수했다. GS샵은 이 방송 이후 PC 등 고가 가전제품 렌탈시장도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지난달 28일 KT렌탈과 PC렌탈 상품기획에 협력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PC렌탈 시장은 주로 B2B(기업 간 거래) 위주로 이뤄졌지만 일반 소비자들도 렌탈 서비스에 익숙해지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이다.
CJ오쇼핑은 2008년 하반기부터 웅진코웨이 렌탈 정수기를 선보이며 렌탈서비스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현재 웅진코웨이뿐 아니라 다양한 정수기 브랜드를 선보이며 방송당 700~1000건 정도 상담을 실시한 결과 실제 계약률은 약 70%에 달한다.
정수기 렌탈 상품 3종을 판매하고 있는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렌탈 상품 매출이 2009년 대비 84% 성장했다.
현대홈쇼핑도 지난해 렌탈 정수기 판매량이 2009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는데 1시간 방송하는 동안 무려 900통이 넘는 상담 전화가 폭주한다. 현대홈쇼핑은 신규 렌탈 상품 론칭을 준비하고 방송 편성 횟수도 월 1~2회에서 3~4회로 늘릴 예정이다. NS홈쇼핑은 정수기에서 안마의자로 렌탈 상품군을 확대했다.
양창훈 GS샵 차장은 "오프라인에서는 다양한 상품으로 렌탈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지만 홈쇼핑에서는 아직 정수기 등 일부 상품에만 국한돼 있다"며 "PC렌탈 등이 성공하게 되면 홈쇼핑 채널이 향후 렌탈 상품 주력 유통 채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렌탈업체들도 정수기 렌탈로 이미 검증된 판로인 홈쇼핑을 선호하고 있다.
정수기 렌탈 시장에서 후발주자였던 동양매직이 홈쇼핑 판로를 통해 업계 3위권으로 뛰어오른 게 대표적인 예다. 일명 `코디`로 불리는 정수기 영업ㆍ사후관리 직원 1인당 월별 계약은 5~8개꼴로 계약당 수수료를 7만~10만원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홈쇼핑을 통하면 1시간에 신규 계약을 1000여 건 따낼 수 있는 데다 계약 수수료가 영업사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인터넷쇼핑몰 등 다른 판로에 비해 더 체계적으로 상품 특성과 서비스를 설명할 수 있는 것도 렌탈업체들이 홈쇼핑을 선호하는 이유다. 전국적으로 방송망이 갖춰져 판매망이 넓고, 대량 주문 상담을 소화할 수 있는 콜센터를 갖춘 것도 홈쇼핑 강점이다.
정수기 렌탈업계 관계자는 "보험판매처럼 렌탈업계는 고객들과 관계 형성이 중요해 홈쇼핑 판매만으론 한계가 있다"면서도 "계약 수수료 등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라 홈쇼핑을 통한 렌탈상품 판매가 트렌드인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차윤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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