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새해 화두로 ‘글로벌’을 제시했다. 국내 과학기술 정책개발에 그치지 않고 해외시장에 축적된 기술과 정책을 전파한다는 계획이다.
김석준 STEPI 원장은 지금이 한국의 과학기술과 정책을 해외에 전수,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을 찾아낼 절호의 시기라고 강조한다. 김 원장은 “과학기술 분야는 국내에서는 높이 보지 않는데 외국에서는 한국의 과학기술을 경이적으로 본다”며 “한국의 세계화 전략에 과학기술이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STEPI는 다양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는 “‘1박사 2국가 연구체제’라는 것을 만들어 한 명의 박사급 연구원이 두 나라를 담당토록 했다”며 “이미 지난해부터 각국에 대한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STEPI가 만들어낸 보고서 가운데는 OECD에서 그대로 인용하는 리포트도 적지 않다.
본격적인 해외지원사업도 올해 시작된다.
그는 “지난해 멕시코 지방정부에서 바이오 클러스터를 하고 싶다며 STEPI에 지원을 요청해 왔다”며 “조만간 워싱턴에서 STEPI 연구진이 컨설팅을 해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튀니지, 에티오피아에는 과기부 조직을 만들어주고 과학기술 발전계획도 지원해주고 있다. 이 밖에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도 STEPI 지원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다.
-지난해 STEPI의 성과는 무엇입니까.
▲정부 시책에 따라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을 작성했던 것이 큰 성과라고 생각됩니다. 정부의 권역별 계획과 16개 시도의 발전 계획을 조정하는 것을 STEPI가 함께해준 것이죠. 또 국내 신성장동력 사업과 미래과학기술 전략에 대한 연구와 ‘스타프로젝트’라는 브랜드 과제도 성과를 거뒀습니다. 과기계 정책수립을 위한 기초자료, 지식서비스, 중소기업혁신, 혁신데이터에 대한 정보 구축도 STEPI의 독보적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기초자료 구축에서 큰 역할을 했는데 외국과의 관계에서 그 진가가 드러났습니다.
-새해 대폭적 조직개편을 단행한 배경은 어디에 있습니까.
▲국과위가 출범하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사업이 올해 시작됩니다. 과학계의 중요한 사업들이 펼쳐지는 해죠. 이렇게 바뀐 환경에 부응하기 위해 기존 교과부와 지경부를 자문하던 체제에서 국가과학기술위원회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조직을 확대, 개편한 것입니다. 새롭게 구성된 조직 가운데 과기정책분석단이 있는데 바로 국과위 지원을 위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직개편으로 STEPI의 정책지원업무도 달라지나요.
▲변화가 있습니다. 미래, 신성장, 글로벌 세 가지는 조직개편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성장 분야에서는 정책팀을 새롭게 만들어 그동안 각 부처가 진행해 온 녹색성장, 균형발전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토록 했습니다. 생명과학, 나노 정보, 원자력, 지식서비스, 중소벤처 등에 대한 지원업무도 강화됩니다.
글로벌 센터는 협력사업 중심에서 정책 분야로 무게중심을 옮겼습니다.
이를 위해 중국연구팀과 개도국 연구팀을 만들었습니다. 한국은 실질적으로 원조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입지가 바뀌었습니다. 앞으로 한 걸음 더 도약하기 위한 과학기술 정책이 필요한 것이죠. 이 밖에 인력정책, 대학연구, 산학협력 등 그동안 현실화되지 못했던 부분의 연구 활동도 활발히 전개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새해에도 5~6명의 우수인력을 충원하려고 합니다. 새로운 분야의 담당을 위한 것이죠.
-올해 진행할 정책지원 업무의 방향을 잡아 주신다면.
▲한마디로 미래 신성장동력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기초원천이나 우주, 생명과학이나 녹색성장, 원자력, 지식서비스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신성장 아이템을 만들어 이를 대덕에 있는 기초 하드웨어 연구센터들이 공유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정부에서도 사업화 강조는 했지만 과기부와 지경부의 시각차이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을 STEPI가 보완하고자 합니다. 기초·기본연구가 산업화와 함께 갈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국과위, 과학벨트, 출연연 구조개편 등 주요 사안에 대한 정책연구·지원활동을 해 오고 있는데요. 결과는 어떻습니까.
▲정부가 출연연, 과학벨트, 국과위를 한꺼번에 진행하려니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STEPI는 지난해부터 과학벨트, 출연연, 국과위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가동 중입니다. 조만간 가시적 정책성과도 나올 예정입니다. TF 결과물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에서 정책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과학벨트의 경우 기초과학원과 출연연이 겹친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보다는 협력관계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기초과학원의 역할과 출연연의 발전 방향을 조정해 줘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과학벨트 사업과 출연연이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죠.
-국과위 출범과 관련해 KISTEP과 STEPI의 역할을 정리해 주신다면.
▲두 기관은 하나의 기관이었으나 1998년 연구회 체제가 출범하면서 분리됐습니다. 한마디로 STEPI는 정책, KISTEP은 사업집행기관이라고 보면 간단합니다.
오는 4월 국과위 체제가 출범하는데 아직 두 기관이 어떻게 자리 잡을지는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어느 쪽이든 정책의 전문성과 기획관리 능력은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중국이 화두인데요.
▲그렇습니다. STEPI는 한중과학기술센터를 통해 중앙정부뿐 아니라 주요 성과도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워낙 크고 인구도 많습니다. 동해안 해안선 쪽으로는 우리보다 앞서는 부분이 많지만 서해안 쪽으로는 아직 상당부분 저개발 된 곳이 많습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내부적으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한중 경제협력이 미국을 능가했고 앞으로 중국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고 봅니다.
지난 6년간 ‘문익점 프로젝트’라고 해서 중국의 기술들을 가져올 수 있는 사업을 펼쳤습니다. 중국은 넓은 지역이다 보니 간혹 국내에 없는 기술들도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사업화가 앞서가는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칭화대, 베이징대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벤처기업과 대학이 같이 있습니다. 한국은 대학 연구실과 기업이 따로 있는데 중국과 잘 협력하면 우리의 부족한 점을 상당부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올해 과기계의 당면 과제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국과위, 과학벨트 등 중요한 사안들이 많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과기계가 500만의 목소리를 결집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내부토론 해야 할 것이 정책기관에 반영돼 과기계 내부적으로 이견이 생기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과기계의 목소리를 통합하고 이를 정교하고 세련되게 전달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과기계의 목소리는 존중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출연연의 경우 민간위 안은 어느 정도 정리된 셈입니다. 과기계 전체가 인정하는 협의 또는 의견수렴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과학벨트의 경우 국회나 정치에 맡기지 말고 과기계의 대표성 있는 전문가들이 합리적으로 토론하고 의견 도출하면 국회에서도 따라올 것입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