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스마트그리드 `밑빠진 독`

"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요금 체계가 40년째 이어지고 있어서 산업 분야에 스마트그리드 보급이 힘들다."(포스코ICT 관계자)

"(한국전력이 전력산업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 컨소시엄 간에 장벽을 허무는 게 필요하다."(SK텔레콤 관계자)

"공공건물에 스마트가전 도입을 의무화하거나 세제 혜택을 줘서 소비자들이 스마트그리드로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LG전자 관계자)

지난달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지식경제부와 스마트그리드 업계 간담회에서 기업들이 쏟아낸 지적들이다.

이처럼 정부 주도의 제주 스마트그리드사업에 참여한 국내 168개 기업은 요즘 성과가 미진해 울상이다. 1년여 동안 회사별로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을 스마트그리드에 투입했지만 손에 들어온 수입이 전혀 없는 데다 뚜렷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맥스컴과 우암코퍼레이션 등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한국전력 SK텔레콤 KT LG전자 GS칼텍스 등 대기업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분위기"라며 "스마트그리드 사업자들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 주기만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식경제부는 제주시 구좌읍에 2009년 12월부터 민간기업과 함께 세계 최대 규모 복합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를 구축하고 있다. 3년6개월 동안 정부자금 665억원, 민간 기업 1707억원 등 모두 2372억원이 들어간다. 지능형 소비자 기반, 운송, 신재생에너지, 전력망, 전력시장 등 5개 분야에 168개 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이미 1000억원가량이 집행돼 구좌읍 일대에 스마트가전이 들어갔고 스마트미터기가 설치됐으며 전기차 충전소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스마트그리드 실증 실적은 대부분 지지부진하다. 총 6000가구를 대상으로 정했지만 구좌읍이 농어촌이고 가구주 나이가 많다 보니 양방향 전력망 소통이 잘 안되고 있다.

김희집 액센츄어 대표는 "스마트그리드 인프라스트럭처 사업을 비용 대비 효과로만 보지 말고 정부 주도의 신성장동력으로 접근해서 선제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용어설명>

▷스마트그리드: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것으로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차세대 전력망이다.

[매일경제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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