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삼성전자, 생존에서 지속 성장 조직으로 대변신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삼성전자 지난 3년간 실적

 2008년 4월 이건희 삼성 회장이 경영 쇄신안을 내놓고 물러났다. 이어 3년 후인 지난해 사면을 받으면서 정식으로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했다. 퇴임부터 재복귀까지 삼성전자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2008년 4분기 7400억원의 적자를 낸 후 지난해 154조6300원에, 영업이익 17조300억원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다. 시장 상황에 맞게 삼성 경영과 조직도 크게 바뀌었다. 지난 3년 동안 삼성전자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최근 단행한 조직 개편을 중심으로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삼성전자의 현주소와 미래를 3회에 걸쳐 분석한다.

 

 (상) ‘효율의 삼성’이 온다

 

 지난해 12월. 삼성전자는 과거보다 2주 정도 앞당겨 큰 폭의 인사를 실시했다. 곧바로 2011년을 이끌 새로운 조직 체계를 확정했다.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삼성전자 조직 변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회장’ 복귀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조직도에 다시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을 축으로 최지성 부회장과 각 사업부 수장이 나란히 포진해 있다. 지난해 말 승진한 최고 운영책임자(COO)인 이재용 사장도 함께한다.

 조직표에 회장이 다시 등장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너 중심의 강력한 지휘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오너 복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빠르고 강한 조직을 위한 확실한 토대를 구축했다. 무엇보다 효율 중심으로 새롭게 조직을 재건했다.

 2008년 이건희 회장이 퇴임한 이 후 삼성은 4분기 94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룹 대표 선수인 삼성전자가 분기 적자를 내기는 1970년대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곧바로 세트와 디바이스로 조직을 양분하고 각개격파에 승부를 걸었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DMC와 DS ‘투 톱’ 부문으로 나눠 당시 최지성 사장이 세트를, 이윤우 부회장이 디바이스를 맡아 위기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2009년 매출 138조9900억원, 영업이익 11조58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사상 최대치였으며 영업이익은 반도체 초호황이었던 2004년(11조7500억원)에 근접하는 수치였다.

 2010년 삼성은 다시 한 번 조직을 뜯어고쳤다. 투톱 체제 대신에 ‘사업부제’를 들고 나왔다. 영상디스플레이·IT솔루션·네트워크·무선·반도체·LCD사업부·생활가전사업부·디지털이미징사업부 등 8개 사업부 체제로 전환하면서 사업부장에 힘을 실어 주었다. 그 결과 매출 154조6300억원, 영업익 17조3000억원으로 ‘150조-15조’ 클럽에 가입하며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실적으로 보답했다.

 오너가 정식으로 복귀한 올해 삼성전자는 무엇보다 효율에 초점을 맞춰 조직을 개편했다. 이건희 회장을 사령탑으로 사업부는 최지성 부회장이, 전체 운영은 이재용 사장이 맡으면서 시너지를 내도록 유도했다. 사업부제 기본 골격은 유지하면서 업무 중심으로 지휘 체계를 재편했다. 가령 네트워크사업부는 사업부장인 김영기 부사장 라인 위에 무선 신종균 사장을 배치해 신 사장이 총괄하는 형태로, 미디어솔루션센터(MSC)도 무선사업부 지휘를 맡아 스마트폰에 더욱 특화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계열사인 삼성SDI에 PDP사업을 몰아 주면서 PDP사업 총괄을 윤부근 사장이 겸임하도록 했으며, SDI 박상진 사장과 호흡을 맞추도록 했다.

 사업부 독립성은 유지하면서 필요하면 효율을 위해 사업부 간 지휘 체계를 새로 만들고, 계열사와 적극적인 소통 채널을 구축해 ‘뉴 삼성전자’의 밑그림을 새로 그린 것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