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운의 백투더 퓨처]1989년 2월 9일 `아톰`의 아버지 데츠카 오사무 사망

[이수운의 백투더 퓨처]1989년 2월 9일 `아톰`의 아버지 데츠카 오사무 사망

 일본 로봇 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을 꼽으라면 단연 ‘아톰’이다. 1963년 일본 만화의 신으로 추앙받는 데wm카 오사무가 TV애니메이션에서 소개한 아톰은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로 일본 어린이를 사로잡았다. 아톰은 2차 대전 패전 후 좌절한 일본인에게 재기의 희망이자 과학기술과 로봇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일본 로봇과학자 중에선 ‘아톰을 만드는 것이 꿈이며 목표’라는 이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아톰 동경은 일본 로봇 산업 발전으로 이어졌다. 일본 전체가 공감하는 아톰이라는 문화적 코드는 일본이 1990년대 후반 인간 친화형 로봇시장을 목표로 연구방향을 급선회한 계기였다. 1996년 일본은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를 개발한 데 이어, 2000년엔 뛰는 것까지 가능한 휴머노이드 ‘아시모’를 개발해 명실상부한 로봇 강국임을 입증했다.

 만화 속 아톰이 탄생한 2003년 4월 7일에 맞춰 일본에서는 아톰이 눈을 뜨는 이벤트가 열릴 정도로 일본인의 아톰 사랑은 수십년 간 지속됐다. 2000년대 후반 들어서는 일본에서도 인간과 닮은 로봇에 대한 막대한 투자만이 로봇 산업 발전에 유일한 대안이 아니란 의식이 일기 시작했다. 사람을 닮은 로봇은 발표 당시에는 주목을 끌었지만 산업적으로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었기 때문. 미국이 이라크전 등을 치르면서 군사로봇, 무인자동차 상용화를 통해서 로봇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지만, 일본 로봇 산업계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괴리에 빠져 있는 셈이다. ‘아톰’을 닮은 로봇을 만들겠다는 아톰 세대의 꿈에 대한 집착이 오히려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진 로봇의 미래를 차단한 셈이다.

 1989년 2월 9일 지병인 위암으로 사망하기 직전까지도 펜을 놓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 아톰의 아버지인 데즈카 오사무가 아톰을 통해 보여주려 했던 것은 꿈과 희망일지 모른다. 아톰 복제가 아니라 꿈과 희망의 메시지에 집중한다면, 위기에 봉착한 일본 로봇 산업에도 새로운 길이 열리지 않을까.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이수운의 백투더 퓨처]1989년 2월 9일 `아톰`의 아버지 데츠카 오사무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