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찻 잔속의 태풍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채널 사업자 선정 참여 의사를 밝혔던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이하 이노비즈협회)가 사실상 사업 참여를 포기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자, 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협회가 ‘출사표’를 던진 지 불과 2주 만에 사업 철회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최근 사업 추진단까지 구성하는 등 사업자 선정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온 터라 그 배경에 더욱 궁금증을 자아낸다.

 일각에서는 협회의 이번 결정이 중소기업계가 단결하기 위한 ‘대승적’ 차원의 결단으로 받아들였다. 최근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고소·고발과 경쟁 사업자 깎아 내리기가 난무했던 점을 감안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협회가 사업참여를 공식화 한 지 불과 3주 뒤로 제안서 마감 시한이 정해진 것이 사업 포기의 주요 배경인 것으로 풀이된다.

 협회가 사업 참여를 발표한 것은 지난달 24일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틀 뒤인 26일 제안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제안서 마감 시안을 이달 16일로 못박았다. 제안서 제출일까지 약 3주간의 시간이 있었지만 3일간의 설 연휴와 주말을 빼고 나면 제안서 작성에 필요한 시간이 빠듯한 셈이다. 한부길 이노비즈협회 중소기업 전용 TV홈쇼핑 사업추진단장은 “당초 2월 말 정도에 제안서가 마감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너무 빨리 시한이 결정됐다”며 “공증·신용도 평가에만 약 10일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제안서를 작성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설 연휴가 끼어 있는 점을 감안해 제안서 마감 시한을 연장해 줄 것을 방통위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 측은 제안서 마감시한을 연장해달라는 공식 요청을 받은 바 없다며 현재로서는 사업자 선정 스케쥴을 변경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사업 참여를 공식화하면서 중소기업중앙회 컨소시엄과 경쟁을 벌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노비즈협회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공산이 커졌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