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용 기자의 책 다시 보기]다음의 도전적인 실험

다음의 도전적인 실험: 제주도로 떠난 디지털 유목민
다음의 도전적인 실험: 제주도로 떠난 디지털 유목민

 2004년 3월께였다. “‘다음’이 제주도로 간다고?”라고 묻고는 상대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왜?”라고 잇댔다. 그렇게 보채듯 궁금했음에도 금방 잊고 살았다. 제주도를 사랑했음에도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려 하지 않았다. ‘사는 게 바빠서’라는 핑계를 댈 겨를조차 없었던 듯 싶다. 그러다 2009년 가을쯤 ‘다음의 도전적인 실험: 제주도로 떠난 디지털 유목민’을 만났다.

 손에 들린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제주로 떠난 이유’는 예상보다 무거웠다. 지역균형발전 전략과 국제자유도시 건설 따위가 맺혔고, 사람과 자연이 옹송그렸다. 30여년을 기자로 살며 미국 실리콘밸리 등을 살펴본 지은이의 취재가 다음과 제주와 사람을 두루 포괄한 덕분이다. 더구나 그가 제주 태생인 바에야!

 눈길은 ‘다음이 제주로 간 이유’를 잊은 채 ‘다음을 품에 안은 제주’에 머물렀다. 제주(자연)와 제주 사람의 미래, 그게 도대체 무엇일까.

 “미국 보스턴은 인구가 50만이고 주변가지 합쳐도 100만명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세계 최고 교육도시로 문화와 기술 창조의 본산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다음을 설립한 이재웅 씨의 말(266쪽)이다. 그가 다음을 제주로 이끈 목표로 보였다. 그는 보스턴처럼 대학과 첨단 기업이 잘 어우러진 곳을 바랐다. 충고도 잊지 않았다. “제주도는 정말 미래가치가 잘 보전된 곳입니다. (관광 위주 리조트 골프장을 과하게 많이 짓는) 지금은 효율, 성장, 자본을 중시하며 미래가치를 당겨쓰고 있습니다. 이건 위험합니다”라고. 여러 반대를 무릅쓰고 직원과 함께 제주에 간 그의 경험과 고찰에서 우러난 지적이어서 곱씹을 게 많았다.

 제주 출신인 오경수 롯데정보통신 사장은 ‘제주와 다음의 산업적 문화적 공생’을 기대했다. 다음의 성공적인 제주 정착을 진심으로 바란 것. “제주 도민이 다음을 제주의 기업으로 인식하고 다음 메일 계정을 쓰고 다음카페나 블로그를 사용하는 등 다음을 홍보해주는 민간 차원의 정서적 운동이 필요하다(233쪽)”고 말할 정도다.

 지은이는 제주로 떠난 다음을 취재하면서 ‘제주도가 서울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이유’에 주목했다. 결혼, 자녀 교육, 쌓인 에너지를 풀어낼 방법 등 여러 다음 직원의 고민과 어려움을 살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제주 다음을 취재할 때(2009년) 대표이사를 맡았던 석종훈 씨가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하기도 했다는 등 그곳에 깃든 ‘일과 놀이의 행복한 교집합(39쪽)’을 전했다. 절로 미소를 띠게 하는 교집합!

 최근 제주에서 탄생한 다음 ‘아고라’가 뜨거워졌다.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의 몸에서 나온 총알을 두고 벌어진 누리꾼 간 토론 때문이다. 특히 몇몇 누리꾼의 송곳 같은 비판과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수사결과가 일치하면서 ‘열린 토론 마당(아고라)과 인터넷의 가치’를 다시 확인하게 했다. 세계로 트인 제주에서 사람과 기업이 어울려 어떤 조화를 부릴지는 ‘아고라 다음 그 무엇’일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 건축가 유석연 씨는 제주도의 자연이 절제 없이 파괴되는 것을 슬퍼한다.(243쪽) 그가 말하듯 “사람을 낮추면서 (제주 디자인을) 세련되게” 할 수 있기를. 그래서 제주와 사람과 기업이 모두 행복하기를….

 김수종 지음. 시대의창 펴냄.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