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실패한 시장이라고 모두가 포기한 농촌에서 ‘농사 짓는 농민이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실천한 유기농 농자재 회사 흙살림, 발달 장애인의 집중력과 섬세함을 원동력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는 동천모자, 더 많은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어 돈 버는 게 즐거운 우리밀 과자 업체 위캔, 자유로운 사람들이 모여 그들의 꿈을 이뤄가는 노리단, 회사의 장alt빛 미래는 이윤이 아니라 고용이라는 친환경 청소용역업체 함께일하는세상….
이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점은 ‘사회적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의 창시자인 빌 드레이튼 아쇼카 회장은 “사회적 기업가는 생선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으로도 만족하지 않는다. 고기잡이 산업을 혁명적으로 바꿀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경제학자 슘페터가 현대 자본주의 특성을 창조적 파괴로 규정하면서 기업가 정신을 영리 기업에만 국한시켰지만, 그는 사회적 난제를 풀어가는 사회적 기업에도 그 개념을 확대했다.
사회적 기업은 말 그대로 사회적 목적을 최우선 가치로 추구하면서 영업 활동을 하는 회사다. 벌어들인 이윤을 사회적 목적에 투자하고, 경제적 취약 계층을 위해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기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7년 7월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제정된 뒤 3년 만에 500개가 넘는 사회적 기업이 탄생했다. 덕분에 생겨난 일자리는 1만여개로 추산된다. 기업당 평균 매출액이 많게는 10억원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미국·일본 등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적 기업이 풀뿌리처럼 정착한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일상에서 사회 문제를 겪은 이들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을 시작하려 해도 문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정부 주도로 사업을 추진한 탓이다.
책은 일본 청년 니트(NEET:무직자를 뜻하는 말)족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NPO) 뉴베리의 대표 야마모토 시게루가 소개하는 사회적 기업 지침서다. 그는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사회적 기업가중 한 사람이다. 오랜 장기 불황 탓에 일본 사회는 혹독한 청년 실업 문제를 겪어 왔다. 저자는 극심한 취업난을 몸소 겪은 뒤 사회적 기업 운동에 투신했다. 그는 젊은이들의 자립을 돕고자 인터넷 라디오방송 ‘올니트닛폰’을 만들었다. 또 만화가 지망생들에게는 저렴한 주거 공간을 제공하고 출판사와 연결해주는 ‘토키와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청소년들의 학교 부적응 문제에도 천착해왔다. 학생 9명 중 1명이 중퇴하는 일본 사회의 심각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학교 부적응 청소년을 위한 ‘일본 중퇴예방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책은 제목처럼 사회적 기업의 교과서이자 현장에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서다. 사회적 기업 활동에 대한 기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해 창업에 적합한 업종 선정, 자금 모집, 창업 과정에 이르는 각 단계를 친절하게 설명한다. 비록 우리나라 현실이 취약하다곤 하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사회적 기업을 열어보려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법하다. NPO 종사자들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 사회 문제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쏠쏠한 지식을 전해준다.
야마모토 시게루 지음. 김래은 옮김. 생각비행 펴냄. 1만4800원.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