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이젠 소프트파워다] <3> 코리안 신화도 시작됐다

 소셜커머스업체 티켓몬스터는 지난주 초 신문지상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창업 9개월 만에 벤처기업 인증을 받는 진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직원 5명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현재 직원이 170명을 넘어섰다. 올 연말이면 500명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창업 2년차인 올해 매출 목표는 무려 2000억원이다. 국내 소프트웨어(SW) 대표주자인 한글과컴퓨터·안철수연구소 등이 10년이 넘도록 달성하지 못한 실적이다.

 티켓몬스터를 창업한 신현성 대표에게는 페이스북을 만든 저커버그에 빗대 ‘한국판 저커버그’라는 별명이 붙었다.

 티켓몬스터의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했다. 제품이나 티켓을 공동구매하고 50% 할인해 주는 방식의 ‘모바일 장터’를 만든 것이다. 인터넷 공동구매 사이트가 흔했지만, 티켓몬스터는 언제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결합하면서 단번에 ‘인기 스타’로 떠올랐다.

 지난해 ‘아이폰 쇼크’ 이후 패배주의에 빠져 있던 국내 IT 업계에도 희망의 싹이 속속 싹트고 있다. 불모지에 가깝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의미 있는 신화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티켓몬스터가 올해 목표대로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하면 연매출 5억달러(약 5580억원)의 미국 최대 소셜커머스 ‘그루폰’과도 당당히 겨뤄볼 수 있을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을 향해 뛰는 토종 스마트폰용 SNS도 등장했다.

 10년 전 ‘닷컴 벤처신화’의 주역 김범수 전 NHN 대표가 투자한 카카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카카오톡’을 내려받은 사람은 665만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65만여명이 쿠웨이트·미국·일본 등 해외 이용자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780만명 가운데 80%가량이 카카오톡을 쓰고 있다.

 IT 업계에서는 티켓몬스터가 모바일시대 ‘G마켓’, 카카오톡이 모바일판 NHN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15년 모바일기기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PC 접속자를 추월할 전망이다. 가트너는 올해 15억달러 규모의 전 세계 모바일광고 시장이 오는 2013년에 135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모바일 시대의 ‘킬러 앱’이 PC 인터넷 시대 대표 서비스를 충분히 능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성공신화가 가시화하면서 모바일 앱 개발도 잇따르고 있다. 아이폰 앱스토어에 등록된 국산 앱은 현재 9000여개로 매달 1000개씩 늘어나고 있다.

 해외 유료 시장에서 1위에 오르는 토종 앱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아이두아이엔씨가 중국 앱스토어에 출시한 ‘빼꼼다이어리’는 지난달 중국 현지 앱스토어 시장 유료생산성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국산 캐릭터 빼꼼으로 자신만의 다이어리를 만들 수 있는 이 앱은 ‘굿리더’ ‘어썸노트’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앱들을 따돌리는 저력을 보였다.

 모바일게임업체 컴투스가 지난해 미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출시한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게임인 ‘슬라이스 잇(Slice It)’은 출시 일주일 만에 애플 앱스토어 게임 부문 1위에 올랐다. 전체 순위에서도 상위 10위권에 진입했다.

 또 다른 모바일게임업체 게임빌은 지난해 해외 매출이 53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64%나 폭증했다. 국가 간 경계가 사라진 모바일 앱스토어 환경에서 글로벌 대박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 인터넷포털 등 대기업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아예 ‘카카오톡’과 비슷한 SNS를 직접 론칭했다. PC 인터넷 대표주자 NHN도 신개념 개인화 소셜홈 ‘네이버미’를 개발, 시범서비스에 나섰다.

 삼성전자·LG전자 등 휴대폰 단말제조사 역시 자체 앱스토어 구축과 운영에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자체 운용체계(OS)인 바다를 탑재한 스마트폰 ‘웨이브2’를 출시하며 OS 독립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국산 SW업체들도 바다 전용 앱 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동안 1000개 정도에 지나지 않았던 바다 앱스토어에도 신규 앱 등록이 이어질 전망이다.

 백인수 한국정보화진흥원 연구원은 “모바일 SW 시장이 활성화하려면 자금줄인 벤처캐피털과 인재가 몰려드는 선순환 생태계가 마련돼야 한다”며 “10년 전 닷컴 열풍 때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성공신화가 속속 탄생하면 사람과 돈이 몰리는 선순환 환경이 빠르게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