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로도 제작된 강풀의 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 군봉의 아내 순이는 기억을 잃고 어린아이처럼 행동한다. 신경세포 파괴로 기억 능력을 상실하는 치매에 걸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통 치매라고 부르는 알츠하이머병은 20세기 초 독일 정신과의사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자신의 환자로부터 초로기성 치매를 발견한 뒤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90년대 19번 염색체 위에 존재하는 특정 유전자가 이 병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유전적 요인만으로는 알츠하이머병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는 판단에 다른 요인을 찾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마크 투진스키 연구팀은 ‘노화 신경생물학(Neurobiology of Aging)’ 저널 2011년 1월호에 환경 차이가 알츠하이머병 진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한 결과 스트레스가 뇌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일부 원숭이는 정상 크기의 우리에서 기른 반면, 다른 그룹 원숭이는 적절한 운동을 하기 어려운 작은 크기의 우리에서 길렀다. 그 결과, 비좁은 공간의 원숭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글루코코티코이드라는 호르몬 수치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호르몬은 신경세포 시냅스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작은 우리의 원숭이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시체와 유사한 병리현상이 발견됐다.
카림 알카디 연구팀 역시 지난해 3월 스트레스와 퇴행성 뇌질환의 상관관계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생쥐에게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형성되는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똑같은 아밀로이드 펩타이드를 투여하고, 일련의 스트레스를 유발시킨 뒤 기억능력을 확인하는 실험 방법을 택했다. 그 결과 일반 생쥐에 비해 아밀로이드 펩타이드를 투여하고 스트레스를 유발시킨 생쥐는 학습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지속적인 스트레스 자체만으로는 장기간 기억기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다만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동물들이 학습과 기억을 덜 좋아하게끔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다시 말해 스트레스를 계속 받다보면 치매가 빨리 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자료협조=한국과학창의재단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