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태양계 비밀을 풀어 줄 우주 DNA, 운석

[사이언스]태양계 비밀을 풀어 줄 우주 DNA, 운석

 ‘일본-1만6000여개, 미국-1만5000여개, 한국-146개’

 우주 공간을 떠돌다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지구 표면에 떨어진 돌멩이. 소위 ‘하늘에서 떨어진 돌’이라 불리는 운석을 보유한 숫자다. 한국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운석을 보유한 국가다.

 한국 극지연구소 운석연구팀은 지난 1월 8일부터 1월 17일까지 북빅토리아랜드 프론티어마운틴(남위 72도 52분, 동경 160도 28분)에서 운석 탐사를 실시했다.

 운석 탐사는 단순히 운석을 찾는 여정이 아니다. 폭설과 ‘블리자드’라 불리는 눈보라와 싸워야 하는 고된 과정이다. 운석전문가와 산악가이드 등 4명은 얼어붙은 남극 땅을 뒤져 무려 117개의 운석을 찾아냈다. 극지연구소는 지난 2006~2009년 동안 3차례 남극운석 탐사를 실시해 29점의 남극운석을 수집한 바 있다. 이번 4차 탐사를 통해 한국의 남극 운석 보유량은 총 146개로 늘었다.

 이종익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구 탄생 초기의 역사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재료”라며 “이번 탐사로 최다 규모의 운석을 수집, 국내 운석 연구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운석의 정체는=우주공간에 돌아다니는 여러 물체를 유성체라 부른다. 유성체 가운데 지구 표면에 닿기 전에 지구 대기에서 빛을 내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유성이다. 유성 중에서 크기가 큰 것은 지구 대기와의 마찰열로 다 타버리지 않고 남은 덩어리가 지상에 떨어진다. 이것이 운석이다.

 운석은 성분에 따라 크게 석질운석·철질운석·석철질운석 세 가지로 분류한다.

 돌로 된 운석이 석질운석이다. 속은 밝은 회색이며 작은 쇠 알갱이가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석질운석의 한 종류인 콘드라이트는 예전에 행성을 형성했던 것과 같은 종류의 물질로 알려지고 있다. 또 다른 석질운석인 아콘드라이트는 철이 풍부한 핵과 암석으로 된 지각으로 분리될 정도로 커다란 천체의 일부였다.

 쇠로 된 것을 철질운석 또는 운철이라고 한다. 철질운석은 철로 된 핵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다. 철질운석은 철과 니켈이 99%를 차지하고 운석의 약 6%를 차지한다.

 석철질운석은 주로 규소로 된 암석과 철과 니켈로 이뤄진 금속이 섞여 있다. 석질운석과 철질운석의 중간적 특징을 가지는 운석이며 운석의 1.5% 정도밖에 안 된다.

 ◇운석이 가진 메시지=운석을 찾는 이유는 운석이 태양계 생성과 초기 진화단계를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시료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운석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에서 궤도를 이탈한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다. 간혹 달과 같은 천체에 부딪혀 튕겨 나온 암석도 있다.

 지구 외부의 행성에서 날아온 이 운석들은 태양계 생성 초기에 만들어진 뒤 거의 변하지 않았다. 따라서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운석을 분석하면 운석의 생성 시기를 가늠할 수 있다. 덩달아 태양계의 나이도 계산할 수 있다. 현재 운석학자들이 계산한 태양계의 나이는 45억6800만년이다.

 반면 지구와 같이 규모가 큰 행성은 형성 후 수많은 변화를 거쳐 현재의 모습을 이루었기 때문에 탄생 당시의 기록이 모두 지워져 버리고 없다.

 특히 화성이나 달에서 온 운석을 분석하면 화성의 대기성분, 달이 지구에서 떨어져 나간 시점 등을 알 수 있게 된다.

 종류별로 콘드라이트류는 태양계 탄생과 진화 연구에, 분화된 석질운석은 행성의 탄생 연구에 도움이 된다. 철질운석은 지구 핵과 구성물질이 비슷해 지구의 형성 과정을 연구하는 데 긴요하며 석철질운석은 핵과 맨틀의 경계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맨틀 연구의 보물이다.

 ◇남극을 찾는 이유=지구상에서 발견된 운석 중 80%인 4만여개가 남극에서 발견됐다. 남극은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어 검은색이나 회색을 띤 운석을 발견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남극 전체는 하얀 눈밭이지만 멀리서 보면 푸른빛을 띠는 지역이 있다. 이를 ‘블루 아이스(blue ice)’, 즉 ‘청빙지역’이라 부른다. 이곳은 특별히 운석이 많이 발견돼 과학자들의 집중 탐험 대상이다.

 청빙지역에서 운석이 많이 발견되는 이유는 남극의 빙하 때문이다. 남극 빙하는 느리지만 꾸준히 낮은 곳을 향해 흘러간다. 해안에 도달하기 전에 산맥을 만나면 빙하는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표면으로 밀려 올라온다. 그 후 바람과 태양빛에 의해 표면의 빙하가 증발하면 운석만 남게 된다.

 1984년 남극에서 발견된 운석 ‘AHL84001’은 화성에서 날아온 것으로 밝혀져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한편 극지연구소는 이번에 확보된 운석을 전자현미분석과 레이저 불화방식 산소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분류한 후, 대한민국-이태리 공동으로 국제운석학회에 등록(2011년 7월)할 예정이다. 연구소는 발견한 운석을 이용해 태양계 초기 물질 진화와 행성 발달 과정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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