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동결…내달 올리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연초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파급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대규모 가계부채 문제와 함께 일본 신용등급 하락, 이집트 소요 사태 등 대외 불안 요인도 부담이 된 것으로 관측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물가 불안이 상반기 내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한은이 이르면 다음 달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두달연속 인상은 부담…일단 동결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은 지난달 파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지켜보자는데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달 1999년 5월 구체적으로 정책금리를 제시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1월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가계부채가 770조원에 달하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급증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 둔화로 연결될 수 있다.

작년 7월 이후 세차례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리 부담이 커지면서 주택 매매수요가 전세로 돌아서면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오른 전세난이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 전세 가격 상승은 물가 오름세를 확산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이라크 소요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중국의 긴축,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원화 강세 가능성 등 해외 시장에 불안 요인이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환율 1,100원 선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환율이 추가 하락하면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

미국이 양적 완화 정책을 고수키로 하는 등 선진국의 일관된 통화 정책은 한은의 부담을 덜어준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은 21개월째 기준금리를 1%로 동결했으며 영국은 23개월째 0.5%로 동결했다.

◇물가 불안 지속…이르면 내달 인상할 수도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조만간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만에 4%대로 복귀한 데 이어 생산자물가 상승률도 전년 동월 대비 6.2% 오르면서 2년2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물가 불안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자 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대부분 반영될 수 있다.

지난달 수출이 449억달러에 달하면서 두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가 회복세를 지속하는 점도 기준금리 인상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르면 다음 달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책임연구원은 "국제 유가 수준을 보면 당분간 물가가 계속 높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경제와 세계 경기도 개선되고 있어 한은이 다음 달에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동락 토러스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3월과 5월 격월로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하반기에는 한 차례 인상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될 수 있어 한은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신동준 동부증권 연구원은 "다음 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기는 하지만, 정부 등의 우려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다음 달 기준 금리 인상 여부는 그때 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