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데이터베이스산업 진흥 입법에 넣을 것과 뺄 것

[전문가칼럼]데이터베이스산업 진흥 입법에 넣을 것과 뺄 것

 국내 데이터베이스(DB)산업의 2011년 시장 규모는 약 1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예상 성장률도 연평균 15.1%며 현재 산업 종사자는 약 16만명이다. 문화 산업 중 출판 다음으로 큰 규모며 성장 속도도 빠르지만 DB 산업의 질적 측면을 보면 중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

 첫째, DB산업은 정보산업 전반의 기반구조 역할을 한다. 금융업종에서 DB는 신용평가 등으로 금융서비스의 활성화에 기여한다. 공공서비스의 만족도 역시 원활한 데이터 제공 여부와 밀접히 연관된다. 앱스토어에 올라가는 앱의 수도 사회적으로 확보 가능한 DB의 분량 및 품질에 비례한다. DB산업의 수준이 정보화 사회의 전체 역량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 DB산업은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 문화관광부의 2008년 문화산업 통계에 따르면 일반 제조업은 매출액 10억원당 약 1명의 신규고용을 창출하지만 DB산업은 매출액 5억원으로 같은 효과를 만들어낸다. 분석 범위를 DB서비스로 국한할 경우 효과는 더욱 커진다. DB서비스의 개발과 제공 과정 전체는 온전히 사람이 수행해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셋째, DB산업은 무공해 산업이며 국부 창출 효과가 크다. 무형의 데이터를 가공, 통합하여 제공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나 공해 발생이 거의 없다. 사람의 창의성과 노동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사회적 비용은 거의 제로면서 국가 차원의 가치창출 효과가 매우 큰 저비용 고효과 산업이다.

 마지막으로 DB산업은 다양한 정보의 공유와 원활한 유통이 더욱 중요한 정보화 사회의 핵심 역량이다. 기상 정보는 공장 가동률에 영향을 미친다. 특허 정보는 기업의 연구개발 노력과 사회적 활용에 영향을 미친다. 성격이 다른 DB를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할 수도 있다. DB 산업은 미래지향적 첨단산업인 것이다.

 그러나 DB산업의 국내 생태계는 매우 열악하다. 기업 규모는 영세하고 정책 주관 정부부처도 명확하지 않다. 산업 발전에 매우 중요한 공공DB의 사회적 공유 및 활용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미비하다. 발주 방식과 대가기준도 소프트웨어 관련 기준을 적용, 제값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DB산업의 가치는 갈수록 커지는데 법규와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 산업계가 입법 추진 중인 DB산업 진흥 법안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늦은 상황이다. 이 법안의 입법은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법안의 대상과 범위는 공공DB에 국한되지 말아야 한다. 컨버전스로 가치를 증폭하는 것이 산업 전반의 추세다. DB의 소유나 보관관리 관점에서 공공DB를 따로 규정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포괄적인 범위에서는 공공DB를 따로 규정하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둘째, 공공DB의 공개 및 제공 기준을 크게 낮출 필요가 있다. 특별히 공익성에 반하지 않는 경우 공공DB를 사업화하려는 민간 부문이 까다로운 심사나 허가를 거치지 않고 손쉽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공공DB의 품질 제고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품질이 확보되지 않은 DB는 공개할 가치도 없고 공개해서도 안 된다. 현재 공공기관이 보유한 DB는 품질이 낮고 개선 노력도 미흡하다. DB산업 진흥법안은 DB 품질 향상을 뒷받침하는 장치를 포함해야 한다.

 넷째, 기존 법안의 조항을 손질하는 방식이 아니라 완전히 독립적인 입법이어야 한다. 10년 전만 해도 DB산업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고 관련 법 조항들 역시 ICT 위주의 환경을 전제로 한 것이다. 따라서 DB산업을 키워드로 현 산업 여건을 적절하게 반영한 통합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법안의 목적은 DB산업의 규제가 아니라 진흥이어야 한다. DB산업은 대표적인 지식서비스 산업이며 1인 창조기업이 가능하다. 소수의 전문가 또는 전문기업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무대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또 우수 인력이 양성될 수 있도록 지원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DB 관련 발주 규정도 산업 진흥에 필요한 요소들을 포함해야 한다.

 법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곧바로 산업이 육성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법적 근거 없이 산업 발전은 더욱 어렵다. 산업 육성을 위해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DB산업의 진흥 주체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지금 관련 부처는 많지만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지 않다. 불필요한 낭비도 많다. DB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도 불편을 겪고 있다. 산업 발전의 주체가 정해지면 법규 외에 정책 수립, 기반 구축, 산업 지원 등 필요한 작업을 전담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될 것이다.

 김인현 투이컨설팅 대표 ihkim@2e.co.kr